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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의 '청강검'보다 '핀셋'에 마음이 더 가는 이유

노컷뉴스

"철을 종이처럼 베는 명검. 청강검"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청강검(青釭劍)은 본래 위천검과 함께 조조 집안의 보검 두 자루중 하나였다고 한다. 삼국지에서 이 청강검이 등장하는 장면은 이른바 장판파(長坂坡) 전투다.
 
조자룡이 조조군 진영 깊숙이 까지 홀로 침투해 아내와 아들을 두고 먼저 후퇴한 주군 유비의 어린 아들을 구해오는 장면이 바로 그곳이다. 조자룡은 조조의 보검을 들고 있던 그의 최측근 부하장수 하후은을 베고 이 칼을 빼앗았다.
 
이 청강검은 '철을 종이처럼 베는 예리함을 가진 엄청난 칼이다. 소설에서는 조자룡이 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갑옷을 입은 적장의 목이 봄밤 배꽃 흩날리듯 했다'고 묘사돼 있다.
 
어린 시절 참 흥미롭게 읽었던 이 묘사가 지금 생각해 보면 삼국지 특유의 과장이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어찌됐던 청강검은 어마어마한 힘과 절삭력을 가진 검이었던 것은 충분이 짐작 할 만 하다.
 
그런데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세우고 이를 집행하는 정부 고위 관료들에게도 자칫하면 이런 청강검의 유혹이 작용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선이 굵고 파괴력이 강한 정책을 내놓거나 일괄적인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등의 시원해 보이는 정책은 '장판파'에서 보여준 조자룡의 청강검 만큼이나 힘 있어 보이고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술실에서 실력있는 집도의가 환자의 병든 환부를 도려낼 때 쓰는 것은 조자룡의 청강검 같은 크고 강한 검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미세한 각도와 깊이로 환부를 다룰 수 있는 정교한 '핀셋'과 '예리한 메스'가 더 효과적이다.
 
조자룡처럼 장판파에서 앞을 가로막는 적장들을 봄밤에 흩날리는 배꽃처럼 쓸어버리는 시원함은 없지만 핀셋과 메스로 정교하게 환부에 손을 대야 환자의 목숨을 살리거나 불편한 몸을 치유할 수 있다. 우리 부동산 시장이 그렇다.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 제주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중이라는 한 시민패널이 "지방의 DSR은 조금 배제해 주시는 것은 어떤가"라는 발언에 대통령은 "일 리가 있는 지적"이라면서 "일반적인 규제와 대책을 만들면 틈새들이 많이 생긴다"고 답했다. 대통령은 이어 "정책의 효율성이 최대화 될 수 있도록 핀셋형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수네복덕방 이광수 대표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를 생애 1회로 제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생애 1회로 할지 아니면 총량을 정할지는 모르지만 '틈새'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핀셋형 정책을 다시 강조했다.
 
2년전 계약한 아파트 잔금대출이 막혔다는 수원의 한 시민 사연을 소개하자 상처있는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핀셋형의 세심한 정책은 이 정책이 제거해야 할 표적과 무고한 선의의 피해자를 분명하게 구해 날 수 있을 만큼 명확하고 세부적인지 여부가 성공의 열쇠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교하게 반영하고 예리한 메스처럼 섬세한 집행력이 있는지도 역시 성공여부를 판명할 수 있는 조건이다.
 
장판파에서 조자룡이 휘둘렀다는 '청강검'처럼 강력하고 일괄적인 정책이 나올 수도 있지만 시장은 이를 회피할 우회로를 빠른 시간안에 찾아 내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정교한 핀셋으로 환부를 잡고 예리한 메스로 도려내는 세심한 정책이 그만큼 절실한 이유다.
 
물론 '(관료들이)힘들겠지만'이라고 대통령이 전제를 단 것처럼 실제로 이렇게 세심한 정책을 만드는 데는 정부와 관료들의 어마어마한 공력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강검보다 핀셋에 마음이 더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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