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로 한국어 배우는 외국 친구... 이 질문에 말문이 턱

"수고했어요."
농사 일 마치고 들어가며 서로 인사를 한다. 소리만 들으면 한국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다들 외국인이다. 조금 기분이 묘하다.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들이 팜스테이 하러 농장에 많이 찾아온다. 유창하게 한국어 '말하기'는 못해도 '듣고 이해하기'는 꽤 잘하는 친구들도 많다.
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많아지고 있을까? 한국어 배우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궁금하던 차에 마침 지난 5월부터 농장에 머물고 있는 외국 친구 세 명이 모두 한국말을 잘 해서 물어봤다. 왜 한국어를 배우게 됐고, 배우면서 어땠는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오랫동안 되풀이해서 읽었어요"
"14살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시에 관심이 많아 한국 시인들의 시를 찾아 읽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좋아서 오랫동안 되풀이하며 읽었어요. 시에 나오는 '바람'이라는 단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말이에요."
카를라(Karla, 21세)는 덴마크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1학년 교육과정인 '김나지엣(gymnasiet)'을 막 졸업하고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전공은 생명공학이다.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 적도 있고,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앨범을 만들기도 했다.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잘 한다.
카를라의 음색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쉬는 시간에 한로로의 '사랑하게 될거야'를 연습해서 불러보라고 추천해주었다. 몇 번 들어보더니 한국어 가사를 금방 따라하며 노래를 불렀다. 20대 초반인 카를라가 특히 공감하기 쉬운 가사인 듯하다.
"언니의 절친이 한국계 가족 출신이라 함께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언젠간 한국 여행을 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같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한글은 2주 정도 공부하니 완벽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예상보다 너무 쉬웠던 기억이 나네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표현을 좋아해요."
카를라는 14세부터 2~3년 정도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했다. 한국어를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아름다운 언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동시에 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읽기, 쓰기, 듣기 연습이 담긴 여러 권의 책을 사서 독학했다. 공부하면서 실제로 연습할 기회가 없어서 좀 답답했단다. 특히 조사나 문장 구조가 무척 어려웠다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응답하라 1988>, <봄밤> 등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그렇게 한국 문화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한국의 역사와 한국어를 좋아해요."
카를라는 이어 말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점이 한국어에서 제일 좋아하는 점 중 하나에요. 덴마크어하고는 많이 달라요. 덴마크어에도 영어로 쉽게 번역할 수 없는 감정 표현들이 있지만, 한국어 만큼 많지는 않아요. 한국어의 다양한 표현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이제 스무 살을 갓 넘긴 카를라는 농사일이 처음이라 팜스테이를 시작했을 때 농사에 적응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특히 5월 중순 갑작스런 더위가 찾아왔을 때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힘들어했다. 북유럽 사람에게 처음 겪는 한국의 더위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카를라는 금세 적응했다. 이제는 김매기, 수확하기, 농산물 포장, 토마토 관리 등 농사일을 능숙하게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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