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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떠난 자리, 홈플러스 살릴 유일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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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떠난 자리, 홈플러스 살릴 유일한 방법

미국에서 가장 큰 식료품체인인 월마트의 창립자 샘 월튼은 자녀들에게 기업을 승계했다. 상장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얻은 월튼 일가는 월마트의 지배적 주주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할 것이다. 월마트에 대한 평판은 엇갈린다. 소비자에게 값싼 물건을 제공하고 주주에게는 고배당 정책을 고수한다. 하지만 월마트를 '양질의 일자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임금은 경쟁사보다 낮고, 복리후생도 빈약하다. 종업원들의 이직율도 높다. 월마트가 입점하는 곳에서 많은 주변 상점들이 폐업을 한다. 이러한 모습을 미국 언론에서는 '월마트화(Walmartization)'라고 표현한다.

한편 영국에 본사를 둔 테스코는 2015년 홈플러스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당시 홈플러스노조는 인수자가 사모펀드라는 사실에, 그것도 상당한 차입을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했다. 노조는 당시부터 "점포 매각과 임대 전환이 이어질 수 있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 정리와 인력 감축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 "노동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이후 실제로 홈플러스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점포와 부동산 매각으로 4조 원 이상의 현금을 조달했지만, 그 대부분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됐다. 알짜 자산이 팔려나가는 동안 임대료 부담은 쌓여갔고, 경쟁력은 그 속도로 빠져나갔다.

한때 최대 146개였던 매장은 현재 104개 중 37개 점포가 폐점을 추진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매장은 67개다. 직원 임금은 체불됐다. 그리고 지금, 노조에서는 MBK가 침몰하는 홈플러스를 더 이상 살릴 의지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 퍼블릭스(Publix)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창립자 조지 젠킨즈는 자신의 주식을 꾸준히 회사 종업원들에게 매각했다. 그 결과 퍼블릭스는 오늘날 미국 최대 규모의 종업원소유 기업이 되었다. 퍼블릭스는 매년 포춘지가 선정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명단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다를까. 궁금해진 포춘지 기자는 2013년 직접 매장 유니폼을 입고 계산대를 보조하고, 진열을 하고, 고객을 안내하며 5일을 보내기로 했다. 말하자면 '체험형 취재'였다.

그가 놀란 것은 매장의 규모도, 상품의 종류도 아니었다. 매장에서 직접 일하며 경험한 직원들의 태도와 행동이었다. 퍼블릭스의 약 26만 명 직원들은 단순히 월급을 받는 종업원이 아니라, 회사 지분의 약 80%를 보유한 공동소유자들이다. 회사가 성장하면 그 결실이 곧 자신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회사 주식 5억 원을 보유한 캐시어가 고객을 대할 때의 눈빛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그 가치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안다. 물건 위치를 물으면 손가락으로 방향만 가리키는 대신 직접 데려다준다. 문제가 생기면 규정부터 찾기보다 해결 방법을 먼저 찾는다. 이러한 태도는 강요된 것이 아니라, '소유'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소유주라는 것은 장기 근속한 직원이 우리 돈으로 15억 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다는 사실로 확인된다. 회사에 오래 다니면 승진도 하고 월급도 오르겠지만, 여기서는 그 이상의 무엇, 회사의 지분이 쌓인다. 회사의 일부가 정말로 '내 것'이 된다.

이처럼 기업의 성장과 책임이 함께 갈 수 있다는 퍼블릭스의 사례는 거창한 경영 이론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창립자는 위험과 고난을 이겨가며 회사를 성장시켜왔기에 그의 공헌은 경제적으로도 평판으로도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가 떠나야 할 때, 우리는 아주 단순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 회사는 누구의 것이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직원소유, 이상이 아닌 검증된 현실

퍼블릭스는 ESOP(이솝)이라 부르는 종업원기업소유제도를 통해 전 임직원이 공동으로 회사를 인수할 수 있었다.

ESOP을 통해 소유주가 전체 직원에게 회사를 매각하면 일종의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상속이나 사모펀드 매각도 있지만, 직원에게 매각하도록 경제적 이익동기를 제공하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판매자만 있다고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는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직원들은 개인 자금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가 차입을 통해 인수를 추진하고, 회사는 수익으로 그 빚을 갚아가면서 지분을 직원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잘 짜여진 제도 덕분에 차별없이 전체 직원이 공정한 비율로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6358개 기업에서, 1490만 명의 직원이 이 제도를 통해 자기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반세기 전에 ESOP을 법제화하고 수천 개 기업에 이 제도가 뿌리를 내렸지만, 여전히 승계 기업의 극히 일부만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2018년, 2021년, 2022년에 각각 종업원소유를 활성화기 위한 지원법들이 통과되었고, 2025년 10월 연방 상원은 추가로 직원소유를 지원하는 두 개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추가로 6개의 법안이 현재 의회에 계류중이다.

정치적 갈등이 역사적으로 지금처럼 심각할 수 없는 미국 정치에서 이처럼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하는 의제를 찾기란 쉽지 않다. 보수 입장에서는 노동자의 주인 의식을 고취하고 노사를 협력 관계로 만들어 성과를 증진하는 시장 친화적 대안이다. 진보적 관점에서는 자본주의적 지배 구조가 개선되고 노동자가 기업 소유주로서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구조다. 좌우 양쪽의 논리가 동시에 성립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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