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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미끼로 유혹한 줄 알았는데, 시대 뛰어넘은 반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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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미끼로 유혹한 줄 알았는데, 시대 뛰어넘은 반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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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스코틀랜드에서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로 젊은 여인과 그녀의 딸이 오랜 항해 끝에 도착한다. 선원들은 파도가 몰아치는 해변에 이삿짐을 내려놓고 사라진다. 마중온 이가 없어 모녀는 낯선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사람들이 도착한다. 20대 후반 미혼모 '에이다'는 9살 딸 '플로라'와 함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새 남편 '스튜어트'를 찾아온 것.

그는 일꾼들에 짐을 옮기게 하지만, 산길이 험준해 그녀가 애지중지하는 피아노는 놔둘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릴 적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채 피아노와 수화로만 세상과 소통하는 에이다로선 용납할 수 없는 일. 피아노를 되찾기 위해 그녀는 남편의 친구이자 이웃인 '베인스'와 비밀 약속을 맺는데, 둘은 예상하지 못한 관계로 치닫는다.

21세기 여성영화 해일 이전, <피아노>가 있었다

21세기 페미니즘 리부트의 물결은 세계 영화계의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시시각각 부침은 있을지라도 이 물결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거대한 역사의 진전으로 기록될 테다. 다양한 경향과 시선으로 그동안 조명되지 않은 다양한 단면이 소개되고 새로운 시선으로 기존의 것들이 재해석된다. 과연 어디까지 이 물결이 뻗어나갈지 누구도 쉽게 측량할 수 없을 정도다. 한 번 굴러가기 시작한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는다.

21세기에 셀린 시아마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있다면, 20세기엔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가 있었다. 전자가 18세기 말 배경에 21세기 퀴어 페미니즘 시선을 투영했다면, 후자는 19세기 말 식민지를 무대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속 사상, 즉 20세기 초반 자유주의 페미니즘 지향을 화면에 펼친다. 두 편을 비교하는 것만으로 수 세기에 걸친 여성주의 사조가 농축되는 셈이다. 주인공들의 태도와 지향을 비교 분석하면 시대 변천이 새삼 확인될 법하다.

지금 척도로 본다면 <피아노> 속 주인공의 행보는 익숙한 자기해방 서사이지만, 해당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되던 1993년만 해도 반향은 적지 않았다. 뉴질랜드 변방의 여성 감독 제인 캠피온에게 콧대 드높은 칸영화제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안기며 작품의 가치와 의의를 인정했고, 이 타이틀은 무려 28년 후에야 <티탄>의 쥘리아 뒤쿠르노에 의해 갱신되었다. 그만큼 여성영화 역사에 큰 궤적을 남긴 작품이자 지금 관객의 부모 세대에겐 충격적인 작품이다.

주인공에겐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주인공은 어릴 적 이후 세상과 언어로 소통하길 중단했다. 영화 속에서 그 이유는 명백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어린 딸은 낭만적이고 믿기 힘든 설화를 주변 사람들에게 늘어놓지만, 별로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아마 에이다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겪었을 테고, 현재의 상태는 그 사건의 충격과 후유증 탓일 테다. 원하지 않은 임신이지만, 딸을 사랑으로 대하며 친구처럼 키웠다. 플로라는 어린 나이에도 엄마의 대변인 노릇을 해낸다.

에이다의 가족은 그녀와 어린 딸을 보호했지만, 집안에서 미혼모는 여전히 사회적 수치로 여겨졌을 법하다. 피아노만 치는 딸과의 동거를 청산하기로 한 부친은 만리타향에 모녀를 치우기로 한다. 그 결과가 당대엔 오지 중 오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뉴질랜드로의 시집, 사실상 추방이다. 의지할 데 없는 모녀는 이 세상 끝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변경의 삶을 두려움 속에 시작해야 한다. 젊은 백인 여자가 귀한 이 땅의 농장주 스튜어트가 그들을 기다린다.

습하고 진흙 투성이인 오지 한가운데 작은 농장이 그녀들의 새 보금자리다.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고, 사방이 낯선 이방인, 원주민 마오리족으로 가득하다. 그들의 말도 풍속도 모르는 가운데 스튜어트 가족 및 고용인들과의 관계도 원활하진 못하다. 게다가 에이다는 마음의 문을 닫고 통 의사표시를 않는다. 오로지 해변에 두고 온 피아노에 대해서만 집착한다. 스튜어트 역시 농장 경영에 바쁜 나머지 아내가 될 사람에 대해 배려가 부족하다.

에이다는 어떻게든 피아노를 되찾고 싶다. 하지만 무슨 연유인지 남편의 친구 베인스는 일자무식에 악보조차 볼 줄 모르는데도 스튜어트에게 토지를 대가로 피아노를 사 간다. 자신의 유일한 소유물이라 할 피아노를 상의도 없이 팔아버린 남편에게 에이다는 분노하지만, 가부장적 사고에 젖은 상대는 가족 사이에 이 정도 희생은 해야 하지 않냐며 무시한다. 부부 사이엔 냉랭함만 감돈다. 피아노를 찾기 위해 베인스에게 호소하자 그는 기이한 제안을 건넨다.

주인공이 밖으로 나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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