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핵심증거' CCTV자료…정부, 法 명령에도 제출거부
정부가 법원의 폐쇄회로(CCTV) 분석자료를 제출하라는 문서제출명령에 불복해 증시항고를 제기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사회복무요원 폭행 사건의 국가배상소송에서다.
피해자 측은 CCTV가 폭행 경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라며 제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제출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 제출명령에 즉시항고한 정부…'제출의무 없다'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1단독(박봄빛누리 판사)은 지난 10일 알제리 국적 외국인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에 대해 수원지방검찰청이 작성한 'CCTV 분석자료'를 7일 이내 법원에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문서제출명령은 소송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상대방이나 제3자가 보유한 문서를 재판에 제출하도록 법원이 명하는 절차다. A씨 측은 검찰이 폭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CCTV 영상을 분석해 작성한 자료가 사회복무요원의 물리력 행사와 폭행 경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라고 보고 법원에 자료 제출을 신청했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정부에 제출을 명령했다.
그러나 정부는 문서제출명령에 불복해 즉시항고했다. 정부는 해당 CCTV 분석자료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보관하는 문서인 만큼 민사소송법상 제출 의무가 없고, 국가배상 책임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증거도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피해자 권익 위한 보완수사'라더니…피해자엔 자료 비공개"이에 A씨 측은 의견서를 제출해 정부 논리의 '자기모순'을 지적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그동안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제도 등을 두고 "범죄 피해자의 권익 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해 왔는데, 정작 그 보완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CCTV 분석자료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위한 문서가 아니라며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A씨 측은 "보완수사 제도가 피해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피고 측 평소 주장에 비춰보더라도, 그 산물인 이 사건 문서야말로 실질적으로 피해자의 이익을 위해 작성된 이익문서에 해당함이 분명하다"며 "유독 이 사건에서만 이를 부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문서는 수사기관이 사건 현장의 CCTV 영상을 분석한 객관적 자료로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직무상 비밀이나 보호가치 있는 직업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피고 소속 공무원의 가해행위(폭행) 발생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로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문서"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인 A씨도 정부의 즉시항고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CCTV 분석자료는 사건의 사실관계와 수사 과정의 완전성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법원이 이 증거를 완전히 공개하도록 보장해 사건의 진상이 공정하게 검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알제리 국적 외국인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A씨는 2024년 11월 보호소 PC실 앞에서 다른 수용자로부터 위협받아 안전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이 머리로 이마를 들이받고 목덜미를 잡는 등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보호소 질서 유지를 위한 정당한 직무집행이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사회복무요원의 행위에 대해 폭행죄 성립은 인정하면서도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관련기사 : [단독]'새우꺾기' 그 화성보호소서 또 폭행…외국인 "국가 손배소")
국가가 쥔 핵심 증거…국가배상소송 입증책임 한계
이번 사건은 단순히 CCTV 분석자료 한 건의 제출 여부를 둘러싼 공방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국가배상소송은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나 외국인이 국가의 책임을 묻는 절차지만, 정작 국가가 보유한 수사기록이나 내부 자료에 피해자가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가 2023년 개최한 '국가배상소송 제도개선 토론회'에서는 국가배상소송의 구조적 한계와 함께 문서제출명령 제도 개선이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토론회에서는 국가배상소송이 피해자가 공무원의 위법행위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구조임에도, 정작 이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수사자료와 내부 문건 등 핵심 증거 대부분을 국가가 보유하고 있어 피해자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법원이 문서제출명령을 내리더라도 국가가 제출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로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제도적 한계로 꼽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즉시항고 결과는 단순히 CCTV 분석자료 제출 여부를 넘어 국가배상소송에서 피해자가 국가가 보유한 핵심 증거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판단이 될 전망이다. 법원이 정부의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정부는 해당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항고가 인용되면 피해자는 핵심 증거 없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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