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식으로 아침 식사를 차려봤습니다
어릴 때는 아침을 두 번 먹었다. 일어나자마자 갱죽을 먹고 소먹이 하러 가야 했다. 소를 다 먹이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었다. 우거짓국에 김치와 나물 반찬이 전부였다. 그래도 땀 흘린 후 먹는 아침은 꿀맛이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밥하는 게 싫거니와 밥맛도 없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각자의 아침을 챙겨 먹는다. 아침을 대충, 간단하게 먹는다고 하지만 먹는 가짓수가 적지 않다. 언제부터 우리 집 아침 식사가 이렇게 변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남편은 올리브유 스틱, 견과류, 오이, 토마토, 블루베리, 찐 달걀, 청국장, 바나나 등을 먹는 다. 마누카 꿀도 먹는다. "도대체 몇 가지를 먹는 거예요?"라고 물어보면 "쪼끔씩 먹어"라고 멋쩍게 대답한다. 게다가 혈압약, 관절 약 등 몇 가지의 약도 챙겨 먹는다. 요즘은 영국산 비타민C도 먹는 것 같다. 머리 탈모부터 발톱 무좀까지 안 아픈 데가 없는 남편은, 좋다는 것은 다 챙겨 먹는 듯하다. 밥상을 차리지 않을 뿐이지 우리의 아침 식사는 나름 뷔페인 셈이다. 자신이 먹을 만큼 알아서 챙겨 먹는다는 점에 말이다.
나는 올리브유 스틱, 오트밀, 토마토, 오렌지, 종합영양제, 찐 달걀을 먹는다. 그런 다음 디카페인 모닝커피를 마신다.
잘 아는 지인은 매일 아침, 여러 가지 채소를 볶아서 식사를 대신한다. 그 요리는 날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분이 그런 아침 식사를 한 지 십 년은 훨씬 넘은 것 같다. 해거름 무렵이면 재래시장에 나가서 떨이용 과일과 채소를 사는 게 일상 루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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