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일하는데, 왜 가난할까...성장은 넘치는데 복지는 안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소통, AI·반도체 중심의 산업정책, 균형잡힌 실용외교 등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산업재해 대응이나 노조법 개정 같은 진보적 의제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 분야만큼은 다른 평가가 필요하다.
성장과 AI가 국정의 전면을 차지하는 사이, 복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새 정부 첫해 보건복지부 예산이 전년 대비 9.7% 증가했다고 하지만, 상당 부분은 대상자가 자연적으로 늘어나면서 따라온 돈이지, 정부가 적극적 의지를 갖고 만들어낸 증액이 아니다. 오랜 논의 끝에 올해 3월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돈도, 인력도, 전달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출발했다.
한국 사회의 중첩된 다중격차
오늘날 한국 사회는 소득과 자산, 주거, 교육, 노동시장 지위가 중첩되는 다중격차 구조 속에서 사회적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등 국회 소속기관들이 공동 발간한 '한국사회 불평등의 현주소'(2025)는 지난 20년 동안 소득뿐 아니라 자산, 교육, 건강, 주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평등이 서로를 강화하며 구조화되어 있다고 진단하였다. 그 결과 '기회의 불평등'은 '결과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다음 세대의 기회 불평등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 들어 경제적 불안정과 자산 격차로 인해 결혼과 출산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가난의 대물림'조차 끊기고 있다는 씁쓸한 자조가 나오는 지경이다.
사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는 생산적 복지, 참여 복지, 능동적 복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포용적 복지 등 저마다의 복지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장기요양보험,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복지제도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이런 노력들이 쌓여 복지의 뼈대는 갖춰졌다. 그러나 뼈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한국 복지국가의 문제는 '없다'가 아니라 '너무 얇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지를 강조한 담론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늘 성장에 밀려 복지는 주변부에 머물렀다.
지난 5월 이재명 정부는 국정목표인 '기본이 튼튼한 사회'에 맞춰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 수정계획'을 마련하고 복지철학으로 '모두의 복지'를 제시하는 동시에,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반추하면 현 정부의 새로운 복지 비전이 실제 제도와 재정, 정책 우선순위 속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 그리고 성장과 복지가 서로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격차는 줄지 않는가
이상하지 않은가. <표>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의 고용률은 스웨덴, 독일, 미국, 일본보다도 높다. 그런데 왜 불평등은 나아지지 않는가. 답은 간단하다. 많이 일하게는 하지만, 노동시장에서의 격차는 커지고 있으며, 그 격차를 메우는 데는 너무 인색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의 개념을 차용한 옥스팜코리아의 '2026 옥스팜 도넛 리포트_한국 불평등'(2026)에 따르면, 상위 10%와 하위 40%의 소득 격차가 2009년 2.4배에서 2023년 4.1배로 벌어졌고,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2003년 62%에서 2024년 53.9%로 감소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수준 역시 2005년 70%에서 2023년 58.7%로 하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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