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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사건에 다시 불붙은 '리얼돌' 논쟁…"위험성 평가 필요"

노컷뉴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 장윤기가 성인용품 리얼돌의 주요 부위를 참혹하게 훼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리얼돌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여성 차별 vs 성적 자기결정권…논쟁 계속24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장윤기 살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며 우리 사회는 또다시 깊은 충격과 참담함에 직면했다"면서 "리얼돌 사용자는 그것이 단순한 인형이라는 물성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여성의 외형과 신체를 최대한 재현한 대상을 소비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소비는 여성을 독립된 인격이 아닌 성적 욕망의 충족과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강화하거나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우려를 낳아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물론 모든 리얼돌 사용자가 범죄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사물화된 신체'로 대상화하는 문화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용인하거나 둔감하게 만드는 사회적 토양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장윤기를 긴급체포한 뒤 주거지 원룸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목·가슴 등이 훼손된 리얼돌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장윤기의 살인 목적에 성범죄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장윤기의 범행에 리얼돌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직 확인된 것은 없지만, 리얼돌의 사회적 위험성에 대한 비판이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리얼돌을 둘러싼 논쟁은 2017년 한 수입업체가 인천세관의 수입통관 보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인천세관은 관세법 제234조 등을 근거로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수입을 보류했다. 반면, 수입업체들은 '성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9년 2심 재판부는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며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지난 2월에도 대법원은 한 유통업체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리얼돌이 주로 사적 공간에서 이용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률적 통관 금지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사회적 논의 필요…인권 보호 관점 접근해야"
그러나 리얼돌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알려지자 지난 4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리얼돌 수입 및 통관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약 2주 만에 동의 5만 명을 달성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청원 게시자는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성적 도구로 취급한다"며 "성평등 가치에 어긋나며 여성을 소유물이나 도구로 인식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장윤기 사건에서 리얼돌이 범행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리얼돌이 여성 대상화와 폭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리얼돌은 '장윤기 사건'에서 정황 증거에 불과하다. 이것이 강간의 동기가 됐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리얼돌이 미치는 영향은 성매매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해서 성희롱,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반사회적인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얼돌은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다는 것보다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성적 도구로써 만들어진다는 것이 문제"라며 "입법을 통해 리얼돌의 생산과 수입 등 과정에서의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장윤기 사건은 리얼돌의 폐해"라며 "리얼돌 산업에선 얼마나 더 완벽한 여성의 외형을 만드는지로 가격 경쟁을 벌인다. 이런 점만 봐도 리얼돌은 사용자가 여성을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할 것인지 혹은 훼손하거나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해도 되는 객체로 인식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대상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리얼돌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며 여성 혐오를 심화하는 도구다. 사적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성 기구라는 점을 넘어,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따라서 사회적 책임, 인권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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