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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17년쯤 해보니, 두 번째 삶을 살아보자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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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17년쯤 해보니, 두 번째 삶을 살아보자 싶었죠"

17년을 학교 선생님으로 살았다. 울산과 거창을 거쳐 산청에서 지속해오던 교사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지역 활동가로 걸음을 내디딘 건 2024년 2월의 일이다. 남들에게는 갑작스럽고 조금은 충격적인 결정으로 보였을지 모르나, 정작 당사자인 송한나는 사뭇 덤덤했다. 뭔가 특별한 사건이 일상을 뒤흔든 것은 아니라 했다. 달이 차고 기울거나 계절이 바뀌어 가듯, 오히려 그저 "때가 되어 일어났을" 뿐이라는 얘기다.

"평생 교사를 하겠다는 목표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어요.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학교에 들어갔는데 17년쯤 하고 나니 지금이 딱 그 시기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제까지와는 다른 두 번째 삶을 살아보자 싶었죠."

학교 '너머'에서 시작된 두 번째 삶

어릴 때부터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 데 관심이 많았던 한나는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전공이 전공인 만큼 자연스럽게 교사라는 직업과 연결되었고, 자신이 영어 공부에서 느끼는 기쁨을 아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마냥 좋아서 "이렇게 계속 교사로 살아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저마다의 개성으로 빛나는 아이들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겼음은 물론이다.

학교생활에 충만함을 느끼던 그가 학교 바깥으로 시야를 넓히기 시작한 것은 아이를 낳고부터다. 태어나자마자 아토피에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을 당하는 작은 생명체를 보면서 그는 비로소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는 생태환경과 먹거리에 대한 탐구, 자연과 새로운 관계 맺기로 이어졌다.

"울산에 살다가 아이들을 아파트에서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하고는 경주에 집을 지어 이사했어요. 온 산을 헤매고 다니며 산야초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산청으로 옮긴 후에는 교육 공동체인 <민들레> 활동을 하고 <목화장터>도 나가고 했지만, 제가 가장 시도하고 싶었던 건 교사로서 지역과 아이들을 연결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지역 문제를 탐색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도 해봤는데 생각보다 학교가 폐쇄적이더라고요. 군청도 마찬가지고. 협업을 좀 하려고 해도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대답만 돌아오니까 좀 답답했죠."

알게 모르게 실망이 쌓여가던 중, 그는 어느 순간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현행 입시제도와 제도교육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교사는 어찌 됐든 대학에 가고자 하는 아이들을 그 방향으로 안내하는 길잡이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온몸을 아프게 찔러대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 너머로 촉수를 뻗쳐 지역의 여러 이슈에 관심을 보이고 힘을 보태면서도 학내에서는 또한 아이들을 진학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왔던 그에게, 이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 아니라 새삼스러운 '자각'에 가까웠다. 그러자 대학에 뜻이 없거나 혹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아이들이 더더욱 눈에 밟혔고, 사회가 정해준 '안전한' 길을 선택해 걷고 있는 자신이 그들에게 다양한 가능성 운운하며 뭘 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게 과연 맞나 하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교사 시절 초기에 가졌던,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는 믿음이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결심으로 바뀐 건 그즈음이다.

"제가 수업 자료로 종종 활용했던 게 바로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문인데요, 그는 한때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물었다고 해요.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하려던 일을 할 것인가?'라고요. 만약 노(no)라는 대답이 연속해서 이어진다면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걸 찾아야 한다는 게 잡스의 메시지죠. 2년 전 저의 대답은 '노'였어요. 그래서 주저 없이 그만둘 수 있었던 거고요."

No가 Yes로, 상상은 현실로

활동가로 직업을 전환했다고 해서 당장 해야 할 뭔가가 있는 건 아니었다. 교사이던 시절 학교 밖의 평일 낮 풍경이 못내 궁금했던 그는 우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사람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은 친구들과 텃밭에 갔고, 어느 날은 여럿이 모여 앉아 바느질을 했다. 또 지역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아지트인 <카페 남다른이유>에 앉아 오가는 이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거나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던 중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Arte)에서 주최하는 '2024년 예술로어울림' 사업공모에 <산청청년모임 있다(아래 있다)> 이름으로 제출한 한나의 기획안이 당선되면서, 그와 친구들은 그때까지 상상만 해오던 것들을 현실화할 기회를 얻게 된다. 1억 예산이 주어지는,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의 사업이었으나 그를 비롯한 <있다> 청년들은 '쫄'기는커녕 신명 나게 일을 진행해갔다.

"재밌는 걸 진짜 많이 했어요. 그림책도 만들고 동네밴드도 만들고, 또 마을 할머니들의 입말이 살아 있는 시로 달력도 만들었고요. 기존의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센터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그러면서도 주민들이 주인으로 참여하고 지역의 삶을 예술로 표현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했죠. 그 성과를 인정받아서 연말에 우수사례로 뽑혀 본부에 올라가 발표도 했고요. 우리가 봐도 정말 너무 잘했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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