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86> 차(茶) 마시니 뼛속까지 맑아진다는 진주 문인 하계락
일곱 잔을 마셔도 그 맛은 평온하고 담담한데(七椀味平淡·칠완미평담)/ 상쾌하여 마음과 뼛속까지 맑아지네.(爽然心骨淸·상연심골청)/ 방바닥 화로의 활활 타는 불로 차를 달이니(地爐烹活火·지로팽활화)/ 연기 잦아들자 전자(篆字) 모양의 차 김 피어나네.(煙歇篆初成·연헐전초성)위 시는 옥봉(玉峯) 하계락(河啓洛·1868~1933)의 ‘차 부뚜막’(茶竈·다조)으로, 그의 문집인 ‘옥봉집(玉峯集)’ 권 1에 들어 있다.차를 달여 마시는 조용하고 맑은 정취를 읊은 오언절구이다.
첫 구의 ‘칠완(七椀)’은 차 일곱 잔을 마시니 몸과 정신이 차츰 맑아진다고 노래한 당나라 시인 노동(盧仝)의 ‘칠완다가(七椀茶歌)’를 말한다.
“ … 다섯 잔을 마시면 기골이 맑아지고, 여섯 잔을 마시면 선령이 통하고, 일곱 잔은 미처 다 마시기도 전에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이 솔솔 일어남을 느끼게 된다”고 읊었다.
위 시에서는 차를 여러 잔 마셔도 맛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고 평온하며 담담하다고 하였다.둘째 구 ‘심골청(心骨淸)’은 단순히 입안이 개운하다는 뜻을 넘어, 마음과 몸 깊은 곳까지 맑고 상쾌해졌다는 표현이다.
셋째·넷째 구에서는 화로에 불을 피워 차를 달이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듯 그렸다.
‘전(篆)’은 전서체 글씨처럼 둥글게 감돌며 피어오르는 김의 모양을 비유한 말이다.위 시는 차의 맛뿐만 아니라 차를 달이는 불빛, 잦아드는 연기, 피어오르는 차 김까지 담아내 차 생활의 고요하고 담박한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경남 진주 수곡면 효자동에 거주했던 하계락은 면우 곽종석(1846~1919)의 문인으로 회봉(晦峯) 하겸진(河謙鎭·1870~1946)과 우애가 돈독하여 1931년 함께 만수당(晩修堂)을 지어 문우(文友)들과 교유하였다.폭염과 폭우가 오락가락하는 요즘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필자는 커피도 마시지만 종일 차(茶)를 마시는 편이다.
거짓말처럼, 차를 마시면 더운 줄을 모른다.
시인 노동이 두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이 솔솔 일어남을 느낀다고 노래한 게 사실처럼 말이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 하계락의 표현처럼 상쾌하여 마음과 뼛속까지 맑아짐도 느낀다.
독자 여러분 모두 올여름 건강하게 잘 나시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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