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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돌아가는 세기말, 10대 네 명이 모이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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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돌아가는 세기말, 10대 네 명이 모이면 생기는 일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8살 소년 '용기'는 멀리 일하는 엄마와 떨어져 외롭다. 학교생활도 따분하기만 하다. 그가 어울리는 친구라곤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여학생 '지숙', 중학교부터 붙어 다니는 '덤보'가 고작이다. 그래도 그들이 있기에 견딜 만하다. 게다가 용기에게 지숙은 특별한 존재다. 용기의 상상 속 지숙은 핍박받는 공주님, 자신은 그녀를 구출하는 기사라 상상하며 항상 지숙을 위해 모든 부탁을 들어주며 헌신한다.

그렇게 한없이 반복되던 일상에 파도가 밀려든다. 유도 청소년 국가대표 경력에 잘생긴 외모와 부유한 형편까지 갖춘 '엄ㆍ친ㆍ아', 심지어 1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우주'다. 모두가 그를 동경하며 친하게 지내려 한다. 용기에겐 그가 왜 변두리 학교에 전학을 왔는지 이해가 안 될 따름이다. 그러나 지숙이 우주에게 푹 빠지면서 소년의 작은 세계는 위기에 처한다. 어떻게 공주를 위기에서 구출할 것인가?

결핍과 불안에 쫓기는 4인

영화는 곤충 애벌레가 부화하는 영상으로 출발한다. 벌레라면 질색하는 이들이라면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겠지만, 꽤 오랫동안 유충이 허물을 벗고 꿈틀대는 장면이 이어진다. 게다가 자연 다큐멘터리라 하기엔 뭔가 일그러지고 왜곡된 이미지다. 한참 그러다 마침내 제목이 중앙에 떡하니 새겨진다. <충충충>, '벌레벌레벌레'다.

용기의 일상은 공허하기만 하다. 홀어머니는 아들을 버리지 않고 돌봤지만, 곁에 함께 있어주진 않았다. 멀리 지방에 떨어져 한달에 한두 번 얼굴을 비칠 뿐이다. 소년은 하염없이 엄마가 돌아올 날만 기다리며 외로움 가득한 시간을 보낸다. 생활비는 꼬박 보내주기에 궁핍하진 않다. 몇 안 되는 친구들의 아지트로 삼기엔 최적의 조건이지만, 용기에겐 또래 친구들이 부러워할 듯 환경이 오히려 결핍으로 작용한다. 자기가 쓸모없는 존재라 엄마도 찾지 않는 걸까?

지숙에게 용기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따로 없다. 지고지순한 순정남처럼 용기는 매일 아침 지숙의 집 앞까지 오토바이를 타고와 그녀를 통학시킨다. 지각해 혼날 것 같으면 자신을 희생해 친구가 뒷구멍으로 빠져나가도록 돕기까지 한다. 언제나 아쉬울 게 있으면 지숙은 용기를 호출한다. 그때마다 만사 제쳐 놓고 달려온다. 하지만 지숙은 그런 친구가 있어도 늘 쫓기는 심정이다. 어릴 적 폭력을 일삼는 아빠를 그리워할 정도로 타인의 관심에 의존한다.

덤보는 타인과 가까워지고 싶다. 용기에게 살갑게 대하고 용기가 끔찍이 아끼는 지숙과도 자연스레 말을 트고 지낸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도 자신을 드러냈다가 상처를 받을까 두렵다. 그래서 자신의 실체를 감추고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서라도 타인과 교류하고 싶다. 이미 관계에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본인을 샅샅이 공개하고 남들 앞에 나서는 게 무섭기만 하다. 하지만 가짜 이미지는 영원할 수 없다.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점점 쫓길 따름.

우주는 세 사람과 대척점에 선 존재처럼 보인다. 금수저 뒷배경, 스포츠 유망주에 외모와 인기까지 겸비한 존재다. 하지만 그런 우주의 내면 역시 앞선 셋처럼 황폐하기 그지없다. 엄격하고 성과에만 치중하는 아버지에게 극도로 주눅이 든 그는 겉으로 보이는 성공적인 외양과 정반대로 늘 쫓기는 심리상태에 머문다. 불안이 엄습하면 그는 타인을 조종하고 지배하는 것으로 찰나를 해소한다. 문제는 이번 먹잇감이 지숙이란 것.

한국 변두리 지역에 사는 10대

영화는 3막으로 구분된다. 1막 [충동]은 이야기의 중심축을 구성하는 4명의 캐릭터와 그들이 엮이는 과정으로, 2막 [충돌]은 그들의 인연이 엇갈리며 파열음을 내는 전개를, 3막 [충격]은 그들의 갈등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지 서술한다. 한국 독립영화에서 오랜 세월 마루지 않는 샘물처럼 소재로 활용된 10대 청소년의 방황과 고통스런 성장담을 그리지만, <충충충>은 주인공의 특별한 동기부여를 통해 독자적인 서사를 도출하고자 시도한다.

용기는 자신을 21세기 한국판 돈키호테, 지숙은 둘시네아로 설정한다. 덤보는 배불뚝이 산초 격이다. 하지만 용기가 돈키호테라면 맞수인 풍차가 되어야 할 우주의 실체는 좀 다르다. 지숙의 행동도 객체에 머물던 둘시네아와는 꽤 차이가 난다. 소설 속 돈키호테가 결국엔 현실을 깨닫듯 용기 역시 자신의 처지를 직시하는데 결말은 같은 듯 다르다. 중세 기사도 문학을 해학적으로 풍자한 세르반테스의 소설과 21세기 한국 청소년의 극단적 단면 묘사의 차이랄까.

돈키호테는 스페인의 몰락 귀족, '이달고' 계층에 속한다. 체면은 차려야 하지만, 제대로 행세하기는 어렵다. 폼나게 살려다 가랑이 찢어지는 셈이다. 용기 역시 타인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픈 욕망은 있지만, 정작 어떻게 그걸 해낼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외모는 볼품없고 부유하거나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내 자식 최고라며 예뻐하는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처지다. 야생에 방치된 것이랑 다를 게 없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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