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교사 생활 마치고 산 찾은 작가가 바위에서 그린 그림

유덕철 작가는 지난해 8월 제물포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정년 퇴임을 했다. 36년 동안 교단에 몸담았던 그는 인천 미술계에서는 '미술 교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교사라는 이름보다 더 오래되고 깊게 자리 잡은 정체성이 있다. 바로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려온 화가의 삶이다.
지난 14일 인천 예술회관에서 유덕철 작가를 만나 작가와 미술교사로 지내온 얘기를 들어봤다.
유 작가는 "이제는 교사보다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했다. 실제로 그의 예술 인생은 교육 현장과는 별개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유 작가는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 진학해 미술교육을 공부했지만, 대학 시절 만난 교수들은 교육자보다 작가의 길을 강조했다.
한국화가 이석구 교수, 민중미술의 흐름을 이끌었던 김정헌 교수 등 현역 작가들이었던 스승들은 학생들에게 그림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법을 가르쳤다. 유 작가 역시 그 영향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꿈을 키워갔다. 그래서 교사가 된 이후에도 붓을 놓지 않았다.
유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숲속 화실'이다. 그가 직접 만든 이 표현은 단순한 작업 방식이 아니라 삶의 철학에 가깝다. 일반적인 화가들이 작업실에서 사진을 참고하며 그림을 완성한다면, 그는 실제 자연으로 들어간다. 산에 오르고 숲을 걷고 계곡에 머물며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 출발은 의외로 소박했다. 교직 생활 중 찾아온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집 근처 청량산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에 서너 번, 퇴근 후 두 시간씩 산을 걸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산책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눈앞의 풍경을 스케치하게 되었고, 그렇게 자연은 그의 그림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토리 하나, 솔방울 하나, 이름 모를 들꽃과 나무 한 그루가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이후 그의 발걸음은 청량산을 넘어 인천의 산과 섬으로, 다시 전국의 산들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직접 찾아간 산만 80여 곳에 달한다. 설악산과 지리산, 덕유산, 오대산 등 국립공원은 물론 인천의 월미산과 강화도의 산들까지 그의 화폭에 기록되었다. 이를 모아 2024년도에 '숲속 화실80'(도서출판 BOOKK)을 출판하기도 했다.
특히 설악산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설악산에 가면 몸이 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한다. 수차례 찾은 공룡능선은 지금도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산이 품고 있는 거대한 에너지와 기운을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들이 그의 작품의 원천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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