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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달리는 존재들[이은화의 미술시간]〈425〉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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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리의 말이 결승선을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
땅을 박차고 날아오를 듯 앞으로 치닫는 말들 위로 기수들은 몸을 낮춘 채 고삐를 바짝 움켜쥐고 있다.
누가 승리할지는 예견하기 어렵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관중은 과감히 생략됐다.
프랑스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가 1821년에 그린 ‘엡섬의 더비’(사진)는 같은 해 영국에서 열린 ‘더비’ 경마대회를 소재로 삼았다.
더비는 영국 최고 권위의 경마대회로, 오늘날 ‘경마계의 블루리본’이라 불린다.
제리코는 누구보다 말을 사랑한 화가였다.
젊은 시절 베르사유의 황실 마구간에서 말의 근육과 움직임을 수없이 스케치했던 그는 이 그림에서 우승의 순간이 아닌, 승리를 향해 질주하는 격정적인 과정 자체를 포착했다.
실제 1821년 우승마는 ‘구스타부스’였지만, 그림에서 주인공은 특정되지 않는다.
제리코는 승자를 기념하기보다 경주의 역동성과 긴장감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의 백미는 말들의 비현실적인 포즈다.
말들은 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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