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피서지가 내 집 앞에... 여기에서 먹는 음식 끝내줍니다

느루뜰 쉼터는 서향이다. 서향이라 오전 내내 발코니는 시원한 그늘이다. 햇볕 걱정 없이 발코니에서 보내는 시간을 나는 참으로 좋아한다. 여름날 이른 아침 기분 좋은 노동을 끝낸 후 알록달록 제철 채소로 차린 아침을 먹는 일, 멀리 하늘과 산과 호수와 들을 조망하는 일, 소박한 꽃밭에 활짝 핀 꽃들과 심심치 않게 찾아 드는 새들을 눈에 담는 일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더할 나위 없는 피서지
내가 굳이 금요일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부랴부랴 느루뜰에 오는 이유는 시골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과 발코니에서 오전 시간을 온전히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 시간의 고요가 좋다. 숨을 깊이 들이 쉬게 되는 시간. 새로 맞이하는 하루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는 시간. 빗장을 걷듯 점점 생기를 더하는 시간이다. 아래는 지난 6월 3일 나의 수첩에 기록한 글이다. 나는 가끔, 아니 자주 내 수첩을 뒤적이며 회귀하고 나의 지난 시간과 생각들을 만난다.
느루뜰에서 책을 읽으면, 특히 요가 매트 위에 누워서, 집중력은 최대치가 된다.
새소리 정답고, 자연 바람이 산들거리고,
고개를 들면 초록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한없이 여유롭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한없이 평화롭다는 것이 이런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요즘처럼 수시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때는 아무리 좋은 피서지라 해도 나에겐 이만한 곳이 없다. 편안한 옷차림이어도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 없다. 요가 매트에 배를 깔고 누워 책을 읽기도 하고, 석달째 배우고 있는 발레 동작 연습도 한다. 초록을 바라보며 깊은 호흡과 스트레칭을 하는 일은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알록달록 제철 채소 비빔밥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맺히는 여름날에 불 앞에서 요리하는 것은 수행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골 쉼터에서는 밥상 차리는 일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종종 남편에게 이 기분을 말로 뱉어내곤 했다.
"여기서 음식 만들면 캠핑하는 기분이 들어서 안 힘든 것 같아."
"하하. 좀 그렇긴 하지."
왠지 요리하는 시간도 놀이처럼 느껴지는 거다. 슬리퍼 차림에 양산을 받쳐 들고 고추, 상추, 가지, 부추, 방울 토마토를 먹을 만큼만 땄다. 텃밭에서 바로 공수한 채소들은 볼 때마다 예쁘다. 물기가 많아 탱글탱글하다. 느루뜰 냉장고 채소 칸에는 지난번에 수확한 당근, 단호박이 보관되어 있다. 그늘이 많은 보일러실 창고 앞 공간에는 햇양파가 구멍이 숭숭 뚫린 소쿠리에 담겨 있다. 신문지로 잘 덮어두어서 아직도 싱싱하다.
채소가 종류별로 다 갖춰져 있으니 점심은 손쉬운 방법으로 채소 비빔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먼저 당근은 채 썰기 하여 소금을 살짝 뿌려 뚜껑을 덮어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여 찐다. 전자레인지로 채소를 찔 때는 물을 조금 뿌린 후 뚜껑을 닫아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한다.
양파는 채 썰기, 가지는 반달 썰기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두 채소가 섞이지 않도록 넣는다. 따로 볶으면 번거로우니 프라이팬 공간을 반으로 나눠 한꺼번에 두 가지 채소를 볶는다. 불 앞에 계속 서 있으면 더우니까 약한 불에 맞추고 뚜껑을 덮어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끝이다.
전체 내용보기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