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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세계적 원전 밀집지역인데… 이쯤 되면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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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세계적 원전 밀집지역인데… 이쯤 되면 의심스럽다

AI 통합 요약

한국수력원자력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17일 신규 원전 건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대형 원전 2기)과 부산 기장군(소형모듈원자로)을 선정했다. 이는 2002년 신한울 원전 이후 30년 만의 신규 원전 부지 선정으로, 부지 적정성·환경성·건설 적합성·주민 수용성 등 4개 항목을 종합 평가했다. 발전소 건설과 함께 국가 차원의 송전망·교통망 확충 마스터플랜 수립과 지역주민 수용성 확보가 추진 과제로 대두되었다.

중도 성향: 신규 원전 건설의 기술·경제적 기회(K원전 수출 경쟁력 강화, 에너지 공급 확대)와 현실적 과제(송전망 인프라 부족, 주민 수용성 확보)를 균형있게 분석하며, 발전소 건설과 연계한 국가 차원의 통합 마스터플랜 수립을 강조한다.

보수 성향: 에너지 안보 강화와 K원전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국가 전략적 의미를 부각하며, 원전 기자재 공급망 선진화와 수출 시장 확대라는 산업적 의의를 적극 강조한다.

17일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부지를 발표했다. 신규 대형 원전 2기(2.8GW) 건설 부지는 영덕이,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0.7GW) 부지는 부산 기장이 선정되었다.

신규 원전 부지로 지정된 영덕과 기장은 핵시설로 인한 갈등과 고통을 오랫동안 겪어온 지역이다. 특히 영덕은 세 차례 핵폐기장 건설 계획을 막아냈고, 신규 원전 건설에도 꾸준히 반대해 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민투표 요구를 외면하자 주민들은 2015년 직접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투표율 60.3%, 반대 91.7%로 신규 원전 건설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는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영덕군민들의 민주적 선택이었다.

영덕의 주민투표는 단순히 원전 건설 계획을 막아낸 사례가 아니다. 원전 유치 과정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깊은 갈등과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교훈을 되새기기는커녕 또다시 주민들의 뜻을 외면한 채 지역 공동체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고 있다.

SMR 부지로 선정된 기장은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원전 밀집 지역이다. 고리 2호기는 설계수명이 만료된 이후 한수원이 수명연장을 추진해 재가동하고 있으며, 고리 3·4호기 역시 수명 만료되어 정지해 있으나 한수원은 이마저 수명연장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이 진행 중이고, 인접 부지에는 신고리 원전까지 가동된다.

이처럼 노후 원전과 신규 원전, 해체 원전이 한곳에 집중된 상황 자체만으로도 전례가 없는 상황인데, 거기에 SMR 건설이 추진될 것을 생각하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쯤 되면 기장 주민들의 삶과 안전을 대상으로 SMR의 안전성을 시험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영덕의 민주적 의사와 기장 주민들의 안전 우려를 외면한 채 정부가 원전 건설을 강행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다. 그러나 원전 확대의 핵심 명분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은 실제 시장 전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전기사용예정통지 신청을 근거로 2029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약 49.4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해 왔다. 반면 2026년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의 정보기술(IT) 전력 규모는 2029년에도 약 1.57GW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두 수치는 집계 기준이 다르다. 그러나 약 30배에 이르는 격차는 신청 물량 상당수가 중복 신청이나 가수요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정부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2038년 데이터센터 추가 전력 수요를 최대전력 기준 약 4.4GW 수준으로 전망했다. 결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론은 상당 부분 과장된 측면이 있다.

거대한 신청 규모와 정부가 실제 계획에 반영한 수치 사이의 차이는 신규 원전 필요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요 전망이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AI 산업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전력 예비율과 발전설비를 고려하면 이를 곧바로 신규 원전 건설의 근거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AI와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는 앞으로 5~10년 안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환경영향평가, 인허가, 주민 수용성 확보, 건설과 시운전을 거쳐 상업 운전에 이르기까지 통상 15년 안팎이 소요된다. 지금 추진되는 신규 원전이 실제 전력을 공급하는 시점은 2030년대 후반이다. 가장 시급한 시기의 전력 수요에는 사실상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가장 급한 수요를 가장 느린 발전원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도, 산업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는 합리적인 수급 정책이라기보다 핵산업계의 숙원을 풀어주기 위한 정책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반면 태양광은 수개월에서 수년 안에 설치할 수 있고, 풍력 역시 원전보다 훨씬 빠르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세계는 재생에너지로 가는데 한국만 역주행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은 이미 분명하다.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환경 보호를 위한 대안이 아니라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원이 되고 있다. 최근 국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30%를 넘어섰고, 태양광과 풍력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발전원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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