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영리한 투자전략인가 위험한 도박인가?
국내외적으로 투기 열풍이 일어날 때마다 어김없이 소환되는 역사가 있다.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 위기다. 두 경우 모두 진원지는 미국이다. 1929년에는 대규모 신용대출로 인한 주식 거품이, 2008년에는 주택시장 과열에 따른 부동산 거품이 끼어 있었다.
거품(bubble)이란 투기로 인해 자산의 시장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크게 부풀려진 상태를 말한다.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기 수요가 몰리면 자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하지만 거품은 임계점을 넘어서면 터지기 마련이고 거품의 붕괴는 경제 위기를 수반한다.
20세기 이후 발생한 투기 열풍에서 발견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이다. 1920년대 미국은 자동차, 전기, 라디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기술이 출현했고, 1990년대 후반은 컴퓨터 대중화와 인터넷의 발명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유례없는 번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고 따라서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투기 심리를 자극했고, 이는 비정상적인 신용 과잉으로 이어졌다. 1929년에는 단기 매매를 위한 '주식' 담보대출이, 2008년에는 저신용자에 대한 '주택' 담보대출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이 흐름을 주도하고 촉진한 곳이 '금융회사'다. 1920년대 미국의 은행들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고, 증권사들은 주식 가격의 일부만 받고 나머지는 신용으로 거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했다. 빚을 지렛대로 자산을 취득하는 것을 영리한 투자 방법이라 여겼고, 지금도 이 전통은 유지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은 닷컴 기업들의 전성기였다. 3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지구촌을 점령한 가운데, 미래가치가 큰 기업뿐 아니라 수익성이 모호한 기업도 어렵지 않게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증권사들은 적자가 나는 회사들까지 매출 추정치를 근거로 매수를 권유했다.
하지만 과잉 생산과 소득 불균형 등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1929년 주식시장은 붕괴했고, 투기 열풍에 휘말린 이들 절대다수가 평생 모은 돈을 날리거나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6000곳 이상의 은행이 문을 닫았고, 은행 예금자들의 재산은 휴지 조각이 되었다.
새천년 벽두, 닷컴 기업의 가치가 고평가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매가 일었고, 닷컴 기업들의 주가는 곤두박질했다. 2008년 금융 위기는 주택시장 거품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닷컴 거품으로 인한 경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초저금리 정책이 주택시장에 불을 질렀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신용 팽창에 따른 투기 만연과 자산 가격 상승, 거품 붕괴와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는 정설(定說)로 받아들여진다. 어떤 자산에 어느 만큼의 거품이 조성되는가에 따라 위기의 파괴력이 다를 뿐이다. 무릇 모든 경제 위기의 이면에는 '빚'이 똬리를 틀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와 인공지능 기술주가 유가증권 시장(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리면서 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단기 수익을 좇아 '빚투'하는 이들도 느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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