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 3개가 한 번에 툭... 절망하는 내게 멕시코 의사가 건넨 말

은퇴 직후 한국 밖에서 순례의 삶을 살기 위해 한국을 떠날 시점에 치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 치료를 미루었고, 이 때문에 2년 후 건강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치료비를 감당하기는 어려워 결국 멕시코에서 장기간 치과 치료를 받았다. 지난 1월에 시작한 치료가 13일에 마무리됐다. 누구나 당면할 수밖에 없는 노년의 몸과 그 치료의 전후를 기록했다.
4년 전 한국을 떠나기 직전 치과를 찾았다. 앞니 한 개에 물린 3개의 의치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었다. 몇 년 전 치료했던 5개가 조합된 왼쪽 아래의 의치도 치료 후 잇몸 통증 때문에 한 번도 씹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였다. 의사는 통증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거라고 했는데, 일과에 바빠 치과 방문을 포기하고 몇 년을 오른쪽으로만 씹으며 버티고 있었다.
병원에 들러 "10년쯤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예정으로 집을 떠난다"며 치아 상태를 점검해 달라고 했다. 의사는 치료에 몇 개월이 걸릴 거라며 "출국이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드릴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출국을 미루고 치료를 받을 수는 없었다. 이미 아내가 영국으로 출국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치료를 이유로 출국을 미뤘다가 치아가 아니라 또 몸의 다른 부분이 불편해지는 건 아닐까 괜한 우려도 들었다.
양쪽 어금니 기능까지 소실
치아는 결국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3개, 4개의 의치가 3번에 걸쳐 이탈하고 급기야 지난해 여름 밴쿠버에서 양쪽 어금니 기능이 소실되어 씹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애틀로 이동 후에는 앞니 3개가 한 번에 빠졌다. 이가 흔들리면서 계속 통증을 유발하던 터라 차라리 빠지고 나니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얼굴 안면의 모양이 변했다. 또 대화할 때 손으로 입을 가리게 되다 보니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불편했다. 결국 콧수염을 길러 빠진 앞니를 가렸다. 앞니를 사용해야 하는 영어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난감한 건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치과를 방문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괜찮은 일반 의료보험(Medical Insurance)을 가진 미국인들조차 치과보험(Dental Insurance)은 별도로 가입해야 해 치과 방문에 큰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외국인 여행자가 치과 병원을 방문하는 일은 경제적 파산을 의미했다. 줄어드는 내 체중을 막기 위해 아내는 열심히 대안을 찾았다. 아내는 현지 재료로 조리 가능한 다양한 죽으로, 나는 콧수염으로 어떻게든 상실과 절망을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 멕시코 오악사카에 도착한 후 희망을 발견했다. 이곳에서 치과 치료를 받는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여행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치료 과정과 결과, 그리고 비용에 대한 이야기 등 오악사카 치과 정보를 수집했다. 사실 지난 3여 년 동안 멕시코를 방문할 때마다, 자국의 높은 치과 진료비를 피하려 국경을 넘어온 미국과 캐나다인들을 여러 차례 만났다. 또한 그들 대부분이 치료 경과에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티후아나(Tijuana), 메히칼리(Mexicali), 로스 알고도네스(Los Algodones) 등 미국과 경계를 맞댄 멕시코 북부의 국경 도시들에는 수백 개의 치과 클리닉이 밀집해 있다. 로스 알고도네스는 인구 약 6천 명에 치과 클리닉이 300개에 달해 '어금니 도시(Molar City)'로 불릴 정도다. 티후아나와 메히칼리에서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라는 국경을 잇는 치과 환자 전용 출입국 라인까지 제공하고 있어서 예약된 환자의 경우, 당일 치료·당일 귀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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