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의 대항담론 구축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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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고 하면, 일부 동료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정신의학적 접근 없이 자살예방을 어떻게 할 건데?" "약물과 상담이 필요 없다는 얘기인가?" "자살예방이 안 되는 이유는 예산 부족과 관료주의 때문이 아닌가?" 등. 그러나 적어도 저자는 '치료적 접근이냐, 사회경제적 접근이냐'는 식의 이분법과 환원주의에 매몰되지 않으며, 오히려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 손을 내미는 측면도 있다. 필자가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도 자살예방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의 노고를 폄하하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비판적 실재론에 근거하여, 층화된(stratified) 세계를 분석하며 이를 자살이라는 현상에도 적용한다. 이 말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비유를 적용해 볼 수 있다. 같은 경복궁이라도 150년 전에는 '절대권력의 공간'이었고, 오늘날에는 '유적지이자 관광명소'이다. 돌과 나무라는 물질적 구성은 같아도, 그것이 놓인 사회적 관계와 역사적 의미는 달라진다. 자살 역시 마찬가지다. 개개인의 우울, 충동성, 정신질환이라는 '구성 재료'만으로는 한 사회의 자살률 증가라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자살은 단지 정신의학적 증상의 결과로만 환원되지 않는다.
책에서는 자살을 개인의 병리나 선택으로 환원하는 통념을 비판하고, 한국 사회의 자살을 사회정의와 인권의 문제로 재해석한다. 저자는 에밀 뒤르켐의 사회학적 문제의식을 오늘의 한국사회에 접목해, 높은 자살률의 배후에 경제적 양극화, 신자유주의적 경쟁, 권위주의, 돌봄/노동/지역 불평등, 국가의 책임 회피가 있음을 드러낸다. 따라서 자살예방은 위기 개인의 관리가 아니라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재구성하는 정치적, 공공적 실천이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그리고 다학제적인 연구와 실천을 요청하고 있다.
정신건강과 자살예방, 사회정의로 다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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