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연기한 건데... 이상하게 마음이 계속 뛰었어요."
지난 6월 3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청소년 예술진로 체험 프로그램 '대학로 꿈잼학교'의 나도 배우'에 참여한 한 학생이 수업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무대 위에서 대사를 길게 외운 것도, 여러 날에 걸쳐 공연을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낯선 상황 안으로 직접 들어가 상대 배우의 눈을 바라보고 자신의 말로 반응한 경험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몸에 남았다. 학생의 두근거림은 연극을 '본 것'과 연극을 '겪은 것' 사이의 차이를 보여준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배우를 경험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었습니다."
플레이그룹 잼잼 유은지 대표는 '대학로 꿈잼학교'의 수업을 준비하며 내세운 목표다. 그는 수업을 통해 대사를 능숙하게 외우고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대신, 학생들이 낯선 상황 안으로 들어가 직접 보고 듣고 반응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것은 배우라는 직업을 설명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체험하게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그가 청소년들에게 전하려는 배우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와 조금 다르다. 배우는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눈앞에서 처음 벌어진 것처럼 상황을 받아들이고, 상대가 건네는 말과 행동에 정직하게 반응하기 위해 훈련하는 사람이다.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준비한 표현을 꺼내놓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일에 가깝다.
'나도 배우'는 정해진 대사를 나눠주고 발표를 연습시키는 일반적인 연극 수업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학생들은 객석에 앉아 배우의 연기를 바라보는 대신 직접 장면 안으로 들어간다. 걷고, 서고, 숨을 쉬며 자신의 몸을 관찰하다가 어느 순간 학교폭력 사건이 벌어진 교실의 같은 반 친구가 된다. 관객으로 시작한 학생은 사건을 지켜본 목격자를 거쳐 자신의 말과 행동을 선택하는 당사자로 바뀐다.
수업의 중심에는 플레이그룹 잼잼의 연극 〈민석이의 두 번째〉가 놓여 있다. 작품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갈등을 다루지만, 그가 더 오래 바라본 사람들은 사건 곁에 있던 친구들이다. 누군가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나는 상관없지", "내 일이 아니니까"라며 물러나 있었던 사람들이다. '나도 배우'의 120분은 그 무심한 거리를 청소년 스스로 들여다보게 하는 시간이다.
대사를 외우기 전에 걷고, 서고, 숨을 쉰다
수업은 화려한 감정 연기나 즉흥극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주어지는 과제는 바르게 걷고, 멈춰 서고, 의자에 앉는 일이다. 배우 훈련이라고 하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일상의 동작들이 수업의 출발점이다. 그는 이 기본적인 움직임에서부터 배우의 경험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평소 어떻게 걷고 서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걸을 때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지, 가만히 있을 때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싣는지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학생들은 너무 익숙해 의식하지 않았던 동작을 천천히 반복하며 자신의 몸을 처음 보듯 살핀다. 몸의 습관을 발견하는 일은 곧 자신을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학생들은 배우가 훈련을 시작하면 극적인 상황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부터 배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서 있는 것, 걷는 것, 물건을 집는 것, 호흡하는 것, 자신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배우 훈련이 새로운 기술을 몸에 덧붙이는 일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행동을 다시 배우고 인식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배우가 특정한 인물을 연기하기 전에 배우는 것 가운데 하나가 '중립'이다. 아직 어떤 캐릭터도 입지 않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그렇다고 힘을 완전히 뺀 채 편안하게 늘어져 있는 상태는 아니다. 언제든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즉시 반응할 수 있도록 몸과 감각을 열어놓은 준비의 자세에 가깝다.
"중립은 어떤 캐릭터성도 입혀지지 않은, 어쩌면 무의 상태입니다. 그런데 그 비움의 상태가 마냥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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