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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정말 '세계환경중심도시'가 될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제주는 정말 '세계환경중심도시'가 될 수 있을까

초록숲과 푸른 바다만으로도 아름다웠을 텐데. 구멍이 숭숭 뚫린 먹빛 현무암과 곳곳에 솟은 오름들까지. 제주의 독특한 자연 풍경은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온 기분이 나게 한다.

제주에 방문할 때마다 외국인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과거엔 주로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었다. 이제는 가족 단위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서양인을 비롯한 일본인도 보인다. 제주의 매력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듯하다.

이번에는 제주도 연구 용역과 회사 워크숍 때문에 제주에 오래 머무르게 되어 겸사겸사 올해 첫 휴가를 제주에서 보내기로 했다. 도시를 공부한 이후로 여행지에서도 자연환경보다 도시 문제가 먼저 눈에 들어오곤 한다. 제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제주에 일주일 동안 머물다 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두 가지 도시 문제가 보였다. 자동차와 쓰레기 문제인데, 이는 도시경제학에서 '외부 불경제'로 설명한다. 외부 불경제는 도시 내 생산과 소비 활동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실제 행위자가 아닌 제삼자나 사회 전체에 전가되는 현상이다.

제주의 첫 번째 도시 문제: 자동차

첫 번째는 주차 문제다. 관광지만 다니던 지난 여행과는 달리 연구 용역 후보지 답사 때문에 제주시 곳곳을 돌아다녔다. 원도심과 인근 지역을 둘러보았다. 골목길마다 주차해 놓은 자동차가 가득했다. 차로는 주황색 실선과 점선으로 엄연히 구분되어 있지만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차로 위 양방향으로 주차해 놓은 자동차 때문에 2차로는 하나의 차량만 다닐 수 있는 차로가 되었다.

이틀간 묵었던 숙소는 원도심에 위치한 연동에 있었다. 15층임에도 지하는 3층밖에 되지 않았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지하주차장 입구를 보니 램프 구간마저도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볼 수 있었다. 숙박업주가 지하가 아닌 주변 길가에 주차하라는 안내문자를 보낸 이유를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제주도가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이유가 있다. 제주도는 1인당 자동차 대수가 1.1대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고, 전국 평균인 0.5대보다도 2배 이상 높다.

제주에 지하주차장이 많지 않은 이유

단순히 차량이 많은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제주 지역에 잘 모르다 보니 제주에서 머물며 오랜 기간 연구를 수행해 왔던 홍익대학교 과학기술연구소 김성훈 박사님께 티타임을 요청한 적이 있다. 박사님은 제주 지역이 암반 특성상 지하공사가 쉽지 않다고 말씀해 주셨다. 현무암이라서 오히려 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건설 분야에서 토목 공사할 때 암반을 단단함에 따라 연암/보통암/경암으로 구분한다. 현무암은 경암에 해당되며 경암은 연암에 비해 최소 2배, 많게는 4배가량 공사단가가 비싸다. 게다가 단단한 암반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발파 등의 소음을 유발하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인근에 주거지역이 있다면 민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 때문에 제주 지역은 지하를 파더라도 내륙지역에 비해 덜 파거나 아예 지하 공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제주 원도심을 돌아다니면서 높은 빌딩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주차장이 없거나 1층만 공사되어 있는 건물을 관찰할 수 있었다. 몇 해 전 묵었던 숙소도 10층이 넘는 고층 빌딩이었지만 지하주차장이 1층밖에 없어서 외부 노면주차장에 주차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제주도에서도 이 문제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제주 도시계획 조례에는 연면적 5천 제곱미터 이상인 경우, 지하층(외벽 전체면이 지표면 아래에 설치되어 있는 층을 말한다) 면적 중 주차장과 계단실·기계실 등 부속시설의 면적은 합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지하 개발을 장려하고 지상에 난립한 자동차를 지하로 넣겠다는 도시계획 방향을 보여준다.

주차 문제는 자동차 이용자의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동차가 지상 공간을 점유하면 그만큼 보행자는 좁아진 도로를 이용해야 하고 보행안전도 위험해진다. 인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된 도로야 문제가 없겠지만 보차혼용도로에서는 몸집이 큰 자동차는 보행자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등 보행약자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주차 문제가 보행자의 안전 저하라는 형태로 전가되는 대표적인 외부불경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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