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하는 급식 노동자들에게 아이들이 건넨 말, 세상이 변했다
지방선거를 통해 지자체장들뿐만 아니라 시도교육청의 수장인 교육감을 선출했다. 많은 교육감 후보들이 교육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교육감의 역할은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데만 있지 않다. 학교 구성원들의 산업안전보건을 책임지는 사람이 바로 교육감이다.
급식실 노동자들의 폐암 문제는 널리 알려졌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급식 노동자들은 대안으로 도입된 급식로봇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야채절단기에 손이 끼이고,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가 터져도 급식은 중단되지 않는다.
도서관 사서, 과학실무사, 특수교육지도사 등은 근골격계 질환, 화학물질노출 등 산재의 위험에 놓여 있지만 현업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 적용을 받지 못한다.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해결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시도별로 하나씩만 운영된다. 경기도 2700여 개의 학교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산업안전 문제를 도교육청에서 열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만 다룬다.
14년 차 급식노동자 정경숙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학교의 노동 현실과 산업안전 현실에 대해 들었다. 그는 새로 선출된 교육감에게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학교,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말한다.
김장 100포기 하는 베테랑에게 학교가 던진 질문, 노조 가입하실 건가요?
- 14년 차 학교 급식조리사라고 들었습니다.
"친한 친구가 자기네 학교에 사람이 급하다고 해서 일주일 일해 줬어요. 영양사가 일을 너무 잘한다고 여러 학교를 추천해 주셨어요. 2013년 2월에 학교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영양교사가 '김장 몇 포기 담그냐?'라고 물었어요. 저는 많이 해서 나눠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100포기 한다고 했더니 거짓말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내더라고요(웃음). 이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다음 질문이'입사하면 노조 가입하실 거냐?'였어요. 저는 '필요하면 가입할 거다'라고 했죠."
- 부당노동행위라 요즘 같은 경우는 상상도 못 할 질문인데요. 필요하면 가입할 거라는 답변도 놀랍습니다.
"제가 답변하자마자 영양교사가 질문 끝났대요. 면접 끝났다고 나가래요. 밖으로 나가는데 문자가 한 통 온 거예요. 불합격. 학교 정문을 나가기도 전에 불합격 통보를 한 거죠.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죠. 필요하면 노조 가입하겠다고 한 학교에서 갑자기 일해 달라고 연락이 온 거예요.
저에게 나가라고 한 영양교사가 다른 영양교사로 교체됐어요. 그리고 채용한 급식조리사가 그만두게 돼서 급하게 사람이 필요하게 된 거죠. 이력서 보고 가장 일 잘할 것 같아서 전화했대요. 당시만 해도 급식조리사 경쟁률이 엄청났어요. 저도 당시 40대였는데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난 후 갈 만한 곳이 학교 급식실이었죠. 전화 온 학교도 경쟁률이 8:1이었어요. 고민하다가 하겠다고 했죠. 치열한 경쟁과 노조탄압을 뚫고 급식실에 들어가게 된 거죠."
- 어렵게 들어간 학교에서 일은 할 만하셨나요?
"1700명의 초등학교 학생 밥을 10명이 만들었어요. 아침 7시 40분에 출근하면 물건 검수하고 재료손질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요. 그 다음엔 불하고 싸워요. 볶고 튀기고 끓이고. 커다란 솥단지 네 개에, 오븐까지 돌아가니깐 조리 끝나고 옷을 짜면 물이 나와요. 11시 20분에는 아이들이 밥 먹으러 와요. 출근하고 3시간 30분 안에 1700인분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영양사가 모든 걸 집게를 사용해서 배식하라는 거예요. 1700명에게 집게로 주니깐, 손목이랑 엄지손가락이 다 나가요. 퇴근 시간인 오후 4시까지 청소까지 끝내야 하니 15~20분 정도 잠깐 쉬고 계속 일만 하는 거죠."
- 그러면 노동자들은 밥을 언제 먹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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