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전 상처를 간직한 공간, 소설 속으로 들어오다
※ 아래 기사에는 서평 소설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모든 궁궐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한 시대를 상징하는 뛰어난 건축미와 역사적 가치는 물론, 규모도 웅장하다. 하지만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거나 잘 모르는 참혹한 이야기도 있다.
최고 권력자가 사는 곳이자 아름답고 화려하기에 더 비극이고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의 공간이 궁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저 두껍고 높은 성벽 너머에는 당시를 살았던 왕과 왕족, 귀족, 노예들의 아름답고 참혹하면서 슬픈 서사가 이어져 온다.
김금희의 소설 <대온실수리보고서>(2024년 10월 출간)을 읽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뭔가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결의가 생겼다. 나는 발걸음을 창경궁으로 향했다. 소설 속 인물들이 거닐거나 머물던 공간을 직접 보고 싶었다.
창경궁대온실과 낙원하숙
소설은 창경궁이라는 궁궐의 내밀한 공간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상처와 비극을 다룬다. 일본이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왜곡시켰던 '창경궁'의 역사적 상처를 소설의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온다. 절대 권력의 상징인 궁궐이 동물원이 된 사례는 창경궁이 유일할까? 아니다. 오스트리아의 <쇤브룬 궁전 동물원 (Tiergarten Schönbrunn)>이나 영국의 <런던 탑 동물원 (Royal Menagerie at the Tower of London)>사례가 있다.
하지만 쇤브론 궁전과 런던 탑 동물원이 황실 주도로 근대 학문과 결합하며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면, 창경원은 일제가 조선의 국권을 빼앗고 조선 왕실을 모욕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김금희 소설가는 백년 전 역사적 상처를 간직한 '창경궁대온실'을 소설 속으로 끌고 들어온다.
이 소설은 처음에는 심심하고 밍숭밍숭하다. 도파민을 치솟게 하는 자극적인 갈등이나 사건 대신
'창경궁 대온실'과 '낙원하숙' 두 공간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일상을 주인공 영두의 시선으로 평이하고 담담히 묘사한다. 하지만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두 공간에서 흩어져 있던 과거의 인연과 사건들, 현재의 사건들이 촘촘하게 얽히면서 처음 느꼈던 밍숭밍숭함은 단단한 여운으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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