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은 미친 상태…" 최악의 시기에 탄생한 최고의 걸작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광기의 화가로 불린다. 일상생활에서 극단적인 감정 기복을 보였고, 발작적인 증상 후에는 탈진과 함께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게다가 발작에 가까운 상황이 지나면 자기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다. 나중에 요양원에 있을 때는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환각과 피해망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붕대를 감고 파이프를 문 자화상>은 그의 광기 어린 행동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고흐의 자화상 가운데 우리에게 꽤 익숙한 작품이다. 극도의 가난과 정신 분열에 시달리던 그가 고갱과의 갈등 격화를 계기로 자기 귀를 자른 후에 그렸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자화상이지만 그가 겪은 광기와 이후 닥칠 비극적 삶을 예고하는 듯하다.
광기의 화가 고흐
귀가 잘린 자리를 감싼 붕대에만 광인의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이나 파이프를 문 입술 모양은 너무나 침착하다. 대신 붉은색과 주황색으로 양분된 배경이 그의 분열된 두 인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발작과 침착 사이의 단절 분위기가 오히려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곧이어 그를 삼켜버릴 더 큰 발작을 암시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귀를 자른 사건의 현상적 계기는 동료 화가 고갱과의 갈등에 있었다. 1888년 말 고갱과 공동 작업실을 꾸렸지만, 동거는 순탄하지 않았다. 의견 충돌이 잦았고, 말다툼 끝에 고갱에게 술잔을 던지기도 했다. 고갱은 곧 떠나겠다고 통보했고, 얼마 후 다시 한번 위협을 느껴야 했다. 고갱에 의하면 "발걸음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칼을 든 고흐가 덤벼들려고 했다. 내가 째려보자 그는 멈추고 집으로 달아났다."
집으로 돌아간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잘랐다. 그 전부터 자기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광기를 인지하고, 또한 자신을 광인 취급하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광인으로 취급받는 처지를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그런 취급으로 적어도 사회생활에 관한 한 실제로 광인이 되고 있다. (…) 내가 광인 취급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만큼 나는 하나의 예술가가 되어간다. 창조적인 예술가가!"
귀를 자른 사건 이후에 정신 상태는 더 나빠졌다. 자신이 독살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정신병원을 오가다 1890년 7월, 해 질 무렵에 밀밭을 산책하던 중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쏘아 3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고흐의 극적인 최후를 미리 알려주는 느낌이다.
총으로 자살하던 달에 제작한 작품이고 최후를 맞이한 바로 밀밭이기도 하다. 고흐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극도의 슬픔과 고독을 표현하고자 했다"라며 벼랑에 선 심정을 토로했다. 갈라진 길은 갈 방향을 찾지 못하는 절망을, 금방이라도 폭풍우를 쏟아낼 듯한 하늘과 화려한 금빛 밀밭의 대조는 정신의 분열상을, 하늘을 무리 지어 나는 까마귀는 막다른 상황에서의 마지막 선택을 묘사한 게 아닐까.
고흐는 정신병원을 오가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던 최후의 몇 달 동안 초인적 창작열을 발휘해 7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이즈음 "철저하게 작업에 몰입할 때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항상 절반은 미친 상태로 남아 있다"라며 자기 상태를 진단했다. 정신 분열에 휩싸여 있던 시기에 예술가로서 가장 풍성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생애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광기를 위험으로 규정하고 격리하다
하지만 고흐의 광기와 관련하여 주위 사람들의 인식은 전혀 달랐다. 고흐가 정신 분열에 시달릴 때 주민들은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해야 한다는 탄원서를 관청에 계속 보냈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유럽에서 정신병원을 비롯한 각종 수용시설을 만들어 광인을 강제로 격리하던 현실을 반영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는 이러한 역사적 현실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는 "현대인에게 비이성은 광기의 한 현상 형태"라며, 근대에 와서 광기를 비이성과 연결하는 경향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성을 벗어난 영역, 혹은 미성숙한 사유는 정상적 인간 범주에서 벗어난 광기로, 배제와 격리의 대상으로 규정되었다.
"광기는 이성에 대해 자율성을 갖지 못한 존재로 보였다. 광기는 미성숙을 의미한다. (…) 비이성은 언제나 판결의 대상이 된다. 비이성을 대상으로 하는 판결을 통해 이성은 비이성에 제재를 가하고 비이성의 잘못을 증명해 보이고, 고귀한 교정을 시도하며, 마침내는 사회적 질서를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잘못을 범한 사람들을 사회에서 배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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