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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자식에게 '따' 당하면서도 섬을 다닌 섬에 미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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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자식에게 '따' 당하면서도 섬을 다닌 섬에 미친 남자

대한민국에는 약 3,400개의 섬이 있다. 그중 사람이 살아가는 유인도는 446개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섬은 관광지로 알려진 몇몇 장소를 제외하면 낯선 공간이다. 누군가는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섬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 섬들을 평생 기록하며 살아온 사람이 있다. 전국의 유인도를 세 차례나 직접 답사하고, 남한은 물론 북한의 섬까지 조사하며 한반도 섬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해 온 섬 연구자이자 탐험가, 이재언(74) 선생이다.

어린 시절 가출 소년으로 서울의 뒷골목을 떠돌았던 그는 어떻게 대한민국 섬 연구의 산증인이 되었을까. 전남 노화도에서 태어나 평생을 바다와 섬에 바친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 그리고 사라져 가는 섬의 기억을 기록해 온 그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섬은 그에게 연구가 아니라 삶이었다

여수항에는 바다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초여름 햇살이 항구를 비추고 정박한 어선들 사이로 갈매기 울음 소리가 퍼진다.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한 남자의 시선은 먼 수평선 너머를 향하고 있다. 그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는 아마도 또 다른 섬이 있을 것이다. 섬 전문가 이재언 씨. 그를 만나기 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은 섬에 미친 사람입니다."

섬을 기록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는 가진 것을 털어 배를 샀다. 그리고 직접 선장이 되어 30년 넘게 전국의 유인도를 누비며 섬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역사로 남겼다.

"다른 것은 다 버려도 섬은 버릴 수 없습니다."

재산도, 명예도, 편안한 삶도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섬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섬은 지도 위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그에게 섬은 한 사람의 인생이고 한 공동체의 역사이며 바다 위에 남겨진 대한민국의 소중한 영토이기 때문이다.

목숨을 건 항해, 섬을 향한 외길 인생

"아내와 자식들에게 '왕따'를 당하면서도 섬을 다녔습니다. 인생을 걸었고, 목숨도 걸었습니다."

농담처럼 들리는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섬에 대한 집념이 함께 담겨 있었다. 주말과 휴일은 물론 명절에도 섬으로 떠나는 일이 많았다.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시간은 늘 섬이 차지했다. 집에서는 늘 "또 섬에 가느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그는 발길을 멈출 수 없었다.

섬을 다닌다는 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거센 파도와 싸워야 했고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로 작은 배 안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 위험한 바닷길을 건너야 했던 적도 있었고 통신이 끊긴 무인도에서 구조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때로는 식수와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며칠을 버텨야 했고 파도에 휩쓸릴 뻔한 아찔한 순간도 수없이 겪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 뒤에는 파도와 싸워온 세월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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