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보다 어려운 단죄
혁명과 개혁과 단죄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단죄다. 과거의 불의에 법적 책임을 묻는 단죄는 기득권과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이들 기득권은 '현행의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으며 정치권은 물론 관계, 법조계, 학계, 경제계 등 사회 곳곳에 넓고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단죄는 사회 전반에 걸쳐 조직적이고 필사적인 기득권의 저항에 직면한다. 단죄를 위해 현행법과 제도를 고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 특히 반발이 집중된다. 단죄를 환영하던 대중들도 이런 반발이 장기화하면 피로감을 느낀다. '이제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단죄는 그만 하자'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면 기득권 세력이 목소리를 높인다. '대중들도 단죄를 원치 않는다. 더 이상의 단죄는 부당한 보복일 뿐'이라고.
2차 종합특검(권창영 특검)의 활동 기간 연장이 2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처리됐다. 이에 따라 종합특검은 5개월 여 간의 활동에 이어 추가로 한달을 더 활동할 수 있게 됐다.
특검 활동 연장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반발했다. 24시간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에 발목을 잡았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온 이는 윤상현 의원. 그는 12·3 내란 이후 한남동 관저를 드나들며 윤석열을 비호하고 탄핵 찬반을 고민하던 후배 의원에게 '국민들은 1년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 다시 찍어 준다'며 탄핵 반대를 권했던 인물이다.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종합특검의 수사도 받고 있다. 그는 종합특검이 예외적이고 한시적이며 보충적이어야 하는 만큼 활동을 끝내고 수사는 일반 기구인 검찰이나 경찰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특검 활동 기간이 연장되면 피의자들의 방어권 보장도 침해된다며 반대했다.
12·3 내란 계엄 관련 특검은 기존의 특검과 다를 수 밖에 없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방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장관과 군 및 검경 수뇌부 등 국가 기구가 망라된 내란과 외환 사건 등을 다룬다. 여기에 영부인 비리 문제까지 수사하고 있다. 독립성과 이해충돌 문제에서 끊임없이 의심받고 있는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를 이어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박성재 전 법무장관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이미 내란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내란 가담 혐의를 받고 있다.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존 수사는 봐주기였음이 법원의 유죄 판결로 여실히 드러났다. '예외적'인 특검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시한이 됐으니 활동을 무조건 끝내야 한다는 한시성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시한 보다 중요한 것은 진상 규명이다. 12·3 내란 계엄이 언제부터 어떻게 기획됐는지를 밝혀줄 '노상원 수첩'과 계엄 과정에서 합참의 개입 여부, 관저 이전 과정의 비리 여부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의 진상, 채 해병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이 격노한 이유 등 규명해야 할 진상이 아직도 많다. 시한이 지났어도 진상은 밝혀야 한다. 지난 1995년 헌정질서파괴범죄 시효법을 제정해 내란, 외환, 군사반란죄 등 헌정 질서 파괴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 영구적 소추를 가능하게 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특검 활동 기간이 연장되면 이를 예상하지 못한 피의자로서는 방어권을 침해받게 된다는 이유도 타당하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전두환 신군부의 군사반란 및 내란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며 헌정 질서 파괴 범죄를 단죄하고 정의를 회복하는 공익이 범죄자의 신뢰 보호보다 현저히 크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종합특검이 연장 기간 동안 진상을 최대한 밝혀 내는 일이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자면 종합특검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18번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11번 기각됐다. 일반 사건의 기각률은 물론 1차 특검의 기각률을 웃도는 성적표다. 그러나 성과가 없다고 진상 규명을 중단할 수는 없다. 내란 계엄이 일어난지 1년 반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가장 쉬운 '쿠데타'를 단죄하기가 가장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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