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와인 바꿔치기해줄게" 세관공무원…檢 압수물 지휘서 적발(종합)
[서울=뉴시스]박선정 오정우 기자 = 압수한 고가의 와인을 가짜 병으로 바꿔치기해 주겠다며 돈을 받고, 허위 제보자를 만들어 수천만원의 밀수 신고 포상금까지 가로챈 세관 공무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직무대리 박향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알선수재), 뇌물, 사기,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전 서울세관 조사정보과 정보팀장 A(49)씨와 전 서울세관 조사총괄과 총괄기획팀장 B(52)씨를 지난 24일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모두 팀장급인 6급 세관 공무원으로, 관세사범을 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이었다.
검찰 수사 결과, A와 B씨는 2023년 8월 와인 밀수 사건을 제보한 업계 종사자 C씨에게 "밀수품으로 압수한 와인을 폐기하기 전 진열용 가짜 병인 더미 보틀로 바꿔치기해 판매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검사와 세관 창고장 등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3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속여 같은 달 현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12월에는 C씨에게 압수 와인을 바꿔치기해 넘겨주고 고액의 밀수 신고 포상금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4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1차로 피고인들이 수수한 3000만원의 경우 검사와 세관 창고장 등에 지급할 알선 명목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추가로 요구한 4000만원은 B씨가 포상금심사위원회 간사라는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포상금 지급을 돕겠다고 한 정황을 고려해 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A씨는 별도로 자신의 가족을 허위 제보자로 내세워 포상금 7500만원을 받아낸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키 성장 영양제 관세포탈 사건을 동료 세관 공무원으로부터 제보받았음에도 마치 자신의 여동생이 제보한 것처럼 허위 밀수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A씨는 이듬해 2월,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자 이를 근거로 포상금을 신청하게 했고, 같은해 3월 대한민국으로부터 포상금 명목의 75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포상금은 범행이 적발된 후 모두 반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압수물 처분 지휘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B씨는 밀수 와인 379병에 대해 검사에게 폐기 지휘를 요청했지만, 검찰이 대부분의 밀수 행위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363병을 압수 대상자에게 환부하도록 지휘했다.
이에 따라 바꿔치기가 가능한 와인이 16병만 남게 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이후 피고인들이 고액의 밀수 신고 포상금과 남은 와인 바꿔치기를 언급하며 4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하자 C씨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수사가 시작됐다.
만약 이들이 와인 379병 전부를 빼돌려 판매했을 경우 약 5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압수된 와인 중 가장 고가의 제품은 1병 가격이 약 3500만원에 달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와 압수물 처분 통제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현행 검찰청법은 검사가 특사경의 범죄 수사를 지휘, 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10월2일부터 시행 예정인 공소청법에서는 공소청 검사의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 감독 권한이 삭제됐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일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압수물 처분 주체를 검사가 아닌 사법경찰관으로 변경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이번 사건은 바꿔치기하려던 와인 대부분이 검사의 지휘로 환부되면서 계획된 범행이 무산된 사안"이라며 "1차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와 감독은 직위를 악용한 부패범죄를 방지하고 인권 및 적법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책무"라며 관련 권한이 삭제될 경우 "이번 사건과 같은 부패 범죄가 언제든 발생하거나 암장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특사경에 대한 지휘 및 감독을 철저히 하고 공직자의 직무상 권한을 악용한 부패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n@newsis.com, friend@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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