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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만 오르면 가슴이 뻥, 땀이 한 순간 멎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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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만 오르면 가슴이 뻥, 땀이 한 순간 멎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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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행은 움직임보다는 멈춤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소문난 곳을 점으로 연결하며 바삐 지나는 대신, 지역의 경계 안에 머물며 오롯이 한 점에 집중하듯. 햇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지난 14일 전남 화순군 북동쪽 끝자락, 백아면의 여름으로 들어갔다. 여름은 색채로 존재한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짙푸른 녹음의 바다였다.

백아산(白鵝山, 756m)은 백아면의 영혼이자 육체다. '흰 거위 무리가 모여 앉아 있는 형상'을 뜻하는 이름처럼, 아스라한 능선 위로 솟구친 하얀 석회암 바위들은 푸른 여름날의 숲 위로 돛을 올린 흰 배처럼 눈부셨다. 6년 전, 북면이라 불리던 이 고즈넉한 산촌은, 면을 병풍처럼 둘러싼 이 산의 이름을 따 백아면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흰 거위의 날개를 타고 날아오르는 듯

산행의 들머리로 잡은 관광 목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 문을 열자 훅 끼쳐오는 짙은 흙 내음과 풀 비린내, 그리고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도화지처럼 맑고 깨끗했다.

초입 갈림길 이정표, 왼쪽 길은 가까우나 경사가 급하고 오른쪽 길은 돌아가나 완만하다. 급한 길로 오르고 완만한 길로 내려오기로 했다. 등반 거리가 5km 남짓, 멀지 않아 운동 효과를 높이되 무릎 부담은 줄이기 위해서다.

초반은 소나무 숲길이다. 진한 솔향이 온몸을 감싼다. 솔가지 사이를 비집고 내리는 햇살이 어깨 위로 내려선다. 초입에서 마주했던 분들은 모두 오른쪽 길을 택했다. 홀로 걷는 내 발소리와 숨소리가 유일한 소음이 되어 고요를 깨운다. 기분 좋은 적막감이다. 한 시간 남짓, 적당히 숨이 차오르고 땀방울이 등허리로 흐를 즈음, 시야가 탁 트인다. 절터 바위다.

시원한 조망이 가슴을 후련하게 뚫어준다. 땀이 한순간에 멎는다.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엔 솜사탕 같은 구름이 두둥실. 대기가 투명하여, 푸른 잉크를 풀어놓은 듯 첩첩이 겹치는 산줄기들이 온전히 눈에 들어온다. 멀리 능선을 그리는 무등산이 부드럽게 와닿고, 발 아래로 논밭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진다.

산의 자랑인 '백아산 하늘다리'가 허공을 가로지른다. 건너편 마당바위를 잇는 연장 66미터, 폭 1.2미터의 산악 현수교. 흰 거위의 날개를 타고 푸른 허공을 날아오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중앙의 투명한 강화유리 조망창 아래로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아찔하다. 바람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목적지인 마당바위(해발 756m)에 올랐다. 사방이 깎아지는 듯한 절벽, 헬기장으로 쓰이는 넓은 바위 평전, 탁 트인 시야, 우뚝 솟은 섬 같다. 천혜의 요새다. 6.25 전쟁 당시 빨치산의 전라남도 총사령부가 자리 잡았다. 토벌대와 빨치산 간의 피비린내 나는 격전이 끊이지 않았다. 역사의 무게감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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