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움을 헐어서 짓자" 무대로 오른 '비빔밥 공동체'

전통연희단 '꼭두쇠'가 창작연희극 <미얄뎐>을 통해 복음자리 마을 설립 50주년의 의미를 무대 위에 되살린다. 공연은 오는 24일 오후 7시 30분 시흥시청 늠내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1976년 서울 양평동 판자촌에서 쫓겨난 철거민 170세대가 시흥시 신천동에 새롭게 터를 잡으며 세운 복음자리 마을은 국내 최초의 자조적 주거 공동체로 꼽힌다. 도시 빈민 운동가 제정구 선생과 정일우 신부가 주민들과 함께 일군 이 마을은 가난 속에서도 서로 다른 처지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간 '비빔밥 공동체'로 불려왔다.
꼭두쇠는 복음자리 마을의 지난 50년을 전통 가면극 속 인물인 '미얄'의 여정에 빗대어 무대에 옮겼다. <시흥타임즈>는 지난 18일, 꼭두쇠를 이끄는 젊은 대표 김관형씨와 꼭두쇠 창단자이자 이번 작품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원로 예술인 김원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만나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버려진 여인, 이야기를 이끌다
전통 가면극에서 미얄은 대개 남편에게 버림받고 끝내 죽임을 당하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꼭두쇠는 이러한 미얄의 모습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김원민 연출은 "미얄은 단순히 남편을 찾아다니는 인물이 아니라, 마당마다 만나는 사람들의 아픔에 직접 개입해 위로하고 중재하며 이야기를 앞으로 이끌어간다"며 "늙고 가난한 여성이 오히려 공동체의 화해와 치유를 이끄는 존재로 서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상의 출발점은 복음자리의 실제 역사였다. 김 연출은 "남편을 찾아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도는 미얄의 여정이 삶의 터전을 잃고 낯선 땅을 헤맸던 복음자리 사람들의 여정과 겹쳐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가 특히 주목한 장면은 둘째마당과 셋째마당이다. 둘째마당에서는 양반들에게 저항하다 쓰러진 말뚝이와 미얄이 서로의 처지를 알아보고 다시 일어설 힘을 나눈다. 셋째마당에서는 세금 수탈로 남편을 잃은 아낙을 위해 미얄이 씻김굿을 올리며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다독인다.
넷째마당 '집짓는 거리'에서 이주민들이 "서러움을 헐어서 짓자, 벽돌마다 마음을 담자"고 노래하는 대목에는 제정구 선생과 정일우 신부가 강조했던 '함께 살아냄'의 정신이 짙게 배어 있다. 작품에는 날카로운 풍자도 담겼다. 양반들의 입을 통해 "국격"과 "지역경제 활성화" 같은 익숙한 개발 논리를 비틀며, 판자촌 철거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웃음으로 짚어낸다. 극은 왁자지껄한 소극으로 시작해 씨름과 풍물이 어우러진 놀이 대결을 거친 뒤, 모두가 하나로 어울리는 대동굿판으로 마무리된다.
"뿌리를 기억하되, 두려움 없이 신명을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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