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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들이 모여든다"…해운·물류기업 부산행, 지역경제 새 판 짠다

노컷뉴스

올해 들어 국적 선사 네 곳이 잇따라 부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1월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이 본사 등기를 부산으로 옮겼고, 5월에는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임시주주총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변경했다. 지난 7일에는 흥아해운까지 부산행을 공식화했다. 넉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세계 7위 항만'의 역설…비어 있던 본사 자리부산항은 연간 2488만 TEU(20피트 길이의 표준 컨테이너를 뜻하는 단위)를 처리하는 세계 7위 항만이다. 물동량의 절반이 넘는 53%가 환적 화물이다. 그런데 정작 올해 초까지 부산에 실질 본사를 둔 대형 원양선사는 사실상 없었다.

대형 선사 본사의 60.7%가 서울에 몰려 있었고, 매출 기준 부산 비중은 4.4%에 그쳤다. 물동량이라는 하드웨어는 세계 최고인데 이를 도시의 부가가치와 일자리로 바꿔줄 기업 생태계가 비어 있었던 것이다. 이번 해운·물류 기업들의 부산행이 '해양수도의 역설'을 풀 열쇠로 주목받는 이유다.

기대를 뒷받침하는 수치도 나와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HMM 본사 부산 유치 경제효과 분석'을 보면 HMM 이전은 5년간 부산 지역에 생산유발 7조 7천억원, 부가가치유발 3조원, 고용유발 1만 6040명의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됐다.

전국 단위로는 생산유발 11조 2천억원, 고용유발 2만 1300명에 이른다. 여기에 본사 사옥을 새로 지으면 건설 과정에서만 생산유발 1조 3천억원과 일자리 4570개가 더해진다. HMM 한 곳만 따진 수치인 만큼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흥아해운의 효과가 더해지면 파급력은 이보다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해양산업의 판 자체가 달라진다는 분석도 있다. 2024년 기준 부산 해양산업은 사업체 3만 249개, 종사자 16만 2629명, 매출 63조원 규모다. 이전 4개사의 지난해 매출 14조원이 더해지면 해양산업 매출은 77조원으로 불어난다.

부산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5%에서 18.3%로 뛴다. 해운·항만물류 분야가 해양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37.5%에서 49%로 올라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해운 대기업들의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하면 이들의 매출과 인력이 지역의 '해운·항만물류' 분야로 편입돼 해운·항만물류가 부산 해양산업은 물론 부산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뚜렷하게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발주가 부산에서 이뤄진다…연관 산업 낙수효과통계를 벗어난 기대효과는 더 크다. 본사가 오면 선박관리와 선용품, 수리, 기자재 발주 같은 구매 의사결정이 부산에서 이뤄진다.

부산은 조선기자재 분야에 사업체 4046개와 종사자 3만여 명이 밀집한 국내 최대 집적지다. 국제선용품유통센터를 중심으로 한 선용품 시장, 영도·감천 일대의 수리조선, 국제물류주선업체 882개사도 자리하고 있다.

이전 4개사가 컨테이너와 에너지, 벌크, 탱커로 선종이 고루 나뉘어 있어 특정 업종에 치우치지 않고 발주 수요가 퍼질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해양수산부와 산하 공공기관 이전은 이 흐름에 무게를 더한다. 행정이 내려오고 기업이 따라오면 선박금융과 해상보험, 해사법률 같은 고부가 서비스 수요가 만들어진다.

일례로 프랑스 마르세유에서는 선사 CMA CGM 본사 하나가 지역 고용 1만 3600명을 떠받치고 있다. 앵커기업이 먼저 내려오고 후속 생태계가 따라붙는 구조다.

해수부와 HMM이라는 앵커가 자리를 잡자 산하 공공기관과 수도권 선사들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한 부산의 현재와 겹쳐 읽힌다.

장하용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이전은 기업 하나하나가 이사 오는 일이 아니라 해운산업 생태계 하나가 만들어지는 일"이라며 "선사 본사가 없어 선박금융과 해상보험, 해사법률 같은 고부가 서비스가 자라날 수요 자체가 없었던 부산에 비로소 판이 깔리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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