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현장' 창간사
무크 <역사의 현장>이 1989년 4월 '현장'인 전남 광주에서 창간되었다. 〈5.18광주민중항쟁 9주년 기념 학술토론회〉를 특집으로 꾸몄다. 광주에 소재한 출판사 남풍이 발행하고, 주체는 한국현대사사료연구소(소장 송기숙), 발행인 정용주, 편집인 정진백이다.
광주민주화운동 9주년을 계기로 '역사의 현장'의 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잡지이다. 작가 송기숙이 쓴 창간사의 앞부분이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살펴보건대 민중은 민족의 실체를 구성하면서 그 무겁고 괴로운 민족사적 임무를 끊임없이 수행해 왔다. 때로는 봉건지배자들과 외세에 맞서 피를 흘렸고, 때로는 이 땅의 독재자들에 대항하여 생명을 아끼지 않고 싸웠다. 그러나 이러한 줄기찬 투쟁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떻게 싸워왔고, 그들의 사상은 무엇이었는가 하는 것은 매우 소홀하게 취급되어졌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입장에 경사되어 정리되어 왔고, 그것은 곧 지배자에 의한 지배의 역사였다. 그들의 역사에는 역사의 주체인 민중은 뒷전으로 물러나기 일쑤였고, 오히려 그들의 지배논리를 합리화하는 장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민중들의 입장에서 역사를 정립하는 데 필요한 1차적인 자료마저 거의 유실되고 말았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의 수준으로 내려오면 더욱더 심화되어 있어서 기껏해야 중앙의 지배 권력에 의한 지역 지배층의 대응의 측면이 부각되어 있고 실제 지역민중의 삶은 지극히 축소되어 있다. 그러나 역사가 이루어지는 현장은 동시에 민중의 생생한 생활의 장소이며 자기들이 삶을 올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의 장소이다. 한편으로 지역의 연구자들에게는 지역의 민족운동의 전통을 복원하여 전체 민족운동의 대열에 올바르게 위치시키고 오늘날의 민중적 생활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헤침으로서 더 나은 방향에서 뭇 사람들의 노력이 경주될 수 있도록 하는 사명이 주어져 있음을 우리는 인식한다.
민중의 삶과 고난의 실상은 많은 경우 당사자들의 목격·체험담이나 그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중사의 측면에서 보면 그런 목격·체험담은 귀중한 사료적 가치가 있을 것이나 그것마저 방치된 채 유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저러한 저간의 사정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특히 지역의 그것을 올바르게 정립시켜야겠다는 입장에서 지난 1988년 5월 23일에 한국현대사사료연구소라는 명칭으로 본 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우선 사업으로 5.18 민중항쟁을 위주로 사료를 수집하고, 범위를 넓혀 지역현대사연구, 지역의 사회구조 분석, 그리고 민족민주운동에 관한 연구도 추진할 방침으로 현재 여러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1차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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