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진다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미국 공영방송 NPR의 기자 잭 맥은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전자기 펄스(EMP) 공격으로 미국 전체가 마비될 것이니 2달치 식량과 물을 준비하라'는 음성 메시지를 받았다. 유쾌하고 낙관적이던 아버지가 언젠가부터 '정부가 날씨를 조종한다', '코로나 백신에 마이크로칩이 들어있다'라고 믿기 시작했다고 한다. 잭은 상황을 해결하고자 2024년에 벌어질 일을 예측한 아버지에게 '틀리면 아들에게 1만 달러를 줄 것'을 걸고 대화를 시도했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2024년 11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글에서 루실 하우는 음모론에 빠진 남편을 변화 시킨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세상을 여행하던 사진 작가 남편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에 고립되자 온갖 음모론을 믿으며 재산을 탕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루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남편의 관점을 바꾸었을까? 두 사례 모두 책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2025년 12월 출간)에 나오는 일화들이다.
"백신은 사실 독이야."
"미국, 한국에서 선거는 조작됐어."
"기후 위기는 전부 가짜야."
만약 가족, 친구, 가까운 지인이 이런 내용을 말하거나 메신저로 보내온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무시할 수도 있고, 근거가 부족한 말은 그만 하라고 화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일수록 쉽게 답하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부정선거 음모론, 배재고 스타벅스 응원 논란으로 촉발된 5.18 관련 음모론이 다시 불거지는 요즘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아마 많을 듯하다. 이런 시국에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를 읽으면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팩트체크 전문 기자가 정리한 음모론의 역사와 사례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는 팩트체크 분야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내일신문> 소속 정재철 기자가 써낸 책이다. 책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중세시대 마녀사냥, 근대 프랑스 혁명 등 음모론의 역사를 보여준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유대인이 경제 위기 배후로 지목된 것, 1950년대 냉전 시대 미국에서 매카시즘으로 발현된 '빨갱이 사냥', 2001년 9.11 테러 후 이슬람과 관련된 음모론 등 대부분 불안과 혼란의 시기에 음모론이 답처럼 제시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팬데믹 시기 마스크를 써야 하고 격리 조치가 이어지자 음모론이 고개를 든 것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예시 중 '홀로코스트 사망 원인은 학살이 아니라 질병이나 기아였다'라며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음모론은 한국에서 5.18을 부정하려는 시도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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