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놀랐다... 미국마저 두려워한 상품, 한국이 손댄 결과

한국 주식시장이 도박장으로 변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코스피는 9000선 위였던 6월 고점에서 한 달 만에 약 25% 하락했고, 7월 하루 중 변동 폭은 평균 6.75%까지 치솟아 1987년 집계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심한 흔들림이다.
이 변동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지난 5월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두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는 상품이다. 이 상품이 만든 진동은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듯, 한국발 변동성은 미국 반도체지수와 뉴욕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이력도 짧다. 미국에서도 2022년 여름에야 세계 최초로 상장된 신생 파생상품으로, 태어날 때부터 위험성 논쟁에 휩싸였다. 그런 상품이 4년도 되지 않아 한국 시장에 도입됐다. 미국은 왜 이 상품을 두려워했고, 한국은 왜 주저 없이 들여왔을까.
이 상품은 어떻게 세상에 나왔나
출발점은 상품의 정체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정해진 배율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삼성전자가 오늘 1% 오르면 2배 상품은 2% 오르고, 1% 내리면 2% 내린다. 여기서 핵심은 '하루'다. 배율은 매일 새로 맞춰지고, 그러려면 운용사는 매일 장 마감 무렵 주식을 사고팔아 잔고를 조정해야 한다. 오른 날은 더 사야 하고, 내린 날은 더 팔아야 한다.
이 설계에서 두 개의 위험이 나온다. 하나는 투자자의 위험이다. 매일 배율을 다시 맞추는 구조 때문에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상품 가치는 주가보다 빨리 깎인다. 이틀에 걸쳐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상품은 손실을 본다. 오래 들수록 불리해지는, 장기 보유에 맞지 않는 상품이다.
다른 하나는 시장의 위험이다. 이 상품은 구조상 오른 날 장 마감에 주식을 더 사고, 내린 날 장 마감에 더 판다. 상품이 작을 때는 시장이 이 매매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덩치가 기초자산의 거래량에 비해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계적 주문이 종가를 직접 밀어 올리거나 끌어내리기 시작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등락이 다음 날 더 큰 기계적 주문을 부른다. 시장의 흔들림을 따라가던 상품이, 어느 순간부터 흔들림을 만들어 내는 쪽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상품이 단일종목을 상대로 세계 최초로 허용된 곳이 2022년 여름의 미국이다. 그런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상품을 반긴 것이 아니라 마지못해 통과시켰다. 2019년에 ETF 상장 절차를 간소화한 규정이 뜻하지 않게 이런 상품까지 통과시키는 통로가 됐고, 요건을 갖춘 상품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규정을 만들 때는 이런 상품이 나올 줄 몰랐다는 것이 당시 위원의 공개 고백이다.
정치의 맥락도 있다. 문을 넓힌 2019년 규정은 규제 완화를 앞세운 공화당 행정부에서 만들어졌고, 상품이 들어온 2022년의 SEC는 민주당 행정부 아래 있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규정은 남는데, 다시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리는 데다 위원회 표결도 갈렸다. 금융업계는 이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어 상품을 밀어 넣었고, SEC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냥 통과시키지는 않았다. SEC 위원은 상장 당일 공개 성명으로, 분산이라는 안전판마저 없는 이 상품이 기존 레버리지 상품보다 한 단계 더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이를 규율할 새 규정을 촉구했다. 고객의 이익을 앞세울 법적 의무가 있는 전문가라면 권하기 어려운 상품이, 일반 개인에게는 클릭 몇 번으로 열려 있었다.
경계는 말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배율을 사실상 2배로 묶어 왔고,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5배로 추종하겠다는 상품 신청에는 제동을 걸었다. 미국에는 지금도 3배짜리 단일종목 상품조차 없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시장 친화적이라는 미국 감독기관이 이토록 염려한 것은 무엇일까.
미국 금융당국은 왜 두려워했나
미국 금융당국이 이 상품을 두려워한 이유는 경험이다. 자동 매매가 시장 전체를 무너뜨리는 사고를 이미 두 번 겪었기 때문이다. 1987년과 201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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