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선 전대 기탁금, 민주 '청년 홀대론' 재점화
더불어민주당이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의 기탁금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리면서, "청년의 정치 진입 문턱을 돈으로 높였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원외 청년 후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라는 점, 인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점이 또다시 '청년 홀대론'에 불을 지폈다.
원외 청년 후보들의 문제 제기에 당권 주자들이 하루 만에 일제히 가세했고 이재명 대통령까지 공개 발언에 나서면서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재논의에 나서기로 했다.
대폭 오른 기탁금…중앙당 선관위 "당원 늘어 불가피"민주당은 지난 14일 후보 등록 공고를 통해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모두에게 예비경선 기탁금 2천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본경선 추가분을 합한 총액은 당대표 1억원, 최고위원 5천만원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의 당대표 4천만원, 최고위원 1500만원과 비교하면 각각 2.5배, 3.3배다.
역대 전대와 비교해봐도 높다. 2020년·2021년·2022년 총액은 당대표 8천만원, 최고위원 3천만원이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이던 2024년 전대에서 당대표 4천만원, 최고위원 1500만원으로 절반 수준까지 낮아졌고 지난해 전대에서도 유지됐다가, 이번에 다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최고위원 예비경선 기탁금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00만원으로 유지되다 이번에 2천만원으로 4배가 됐다.
감면 대상도 지난해까지 청년·장애인이었으나 이번에는 만 39세 이하 원외 청년(50% 감면)으로 좁혀졌다. 당규상 기탁금은 특별당비로 당에 귀속돼 사퇴해도 반환되지 않는다.
2024년과 지난해 기탁금이 낮았던 것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인하 조치 때문이라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이 자기 돈을 내고 선거운동까지 하는 것이 적절치 않으니 비용이라도 낮추자는 취지였다"며 "당내 선거도 선거공영제로 가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는 논의 속에 액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다른 후보들의 출마가 저조해 경쟁 구도의 다양성을 넓히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인상 배경에 대해 중앙당 선관위는 '권리당원 증가'를 들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권리당원이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투표 대상 권리당원이 153만명 수준인데 5년 전에는 110만명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기탁금은 온전하게 투표 비용에만 쓰이는데 그마저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150만명이 넘는 당원에게 문자를 여러 차례 발송하고 전화 홍보와 투표까지 진행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당원이 늘면 당비 수입도 함께 늘어나는데 부담을 후보에게 떠넘기는 것이 맞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이 자기 돈을 부담하기 싫으니 후보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탁금 액수는 당규에 상한이나 산정 기준 없이 당 선관위가 정하도록 돼 있어, 근거를 따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 최고위 무산 직후…쌓인 불씨에 불붙어논란이 단시간에 확산된 배경에는 앞선 '청년 최고위원 선출제' 무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의 당내 대표성을 넓히자던 논의는 흐지부지 된 반면, 청년들의 정치권 진입 비용은 오른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청년 조직 관계자는 "청년 최고위원 선출 제도가 무산된 상황에서 청년 후보의 유입을 위해 기탁금 인하는 반드시 필요했다"며 "제대로 된 사유 설명 없이 올린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년 출마자인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아무 때나 목돈 2천만원을 쓸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닌 이상 당황할 수밖에 없다"며 "예비경선은 1주일이면 끝나는데 4배나 인상된 이유와 책정 기준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역시 청년 출마자인 정민철 정책위 부의장은 "기성 정치인은 몇억을 후원받았다고 과시하는데 원외 청년 후보는 선거 후원회조차 열기 어렵다"고 했다. 정청래 전 대표가 "하룻밤 사이 3억8천만원이 모였다"며 후원금에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을 겨냥한 셈이다.
선관위 내부에서도 "청년 최고위원 문제를 부결시키고 난 뒤 이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권 주자 일제 가세…21일 재논의
2030 지지율 이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탁금 문제가 '청년 홀대'의 상징으로 부각되자 당권 주자들도 앞다퉈 목소리를 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당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는 공영제를 지향하는 세계 최고 대중정당"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의원은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기탁금이 아니라 더 넓은 기회"라고 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이건태 의원은 "돈으로 출마의 문턱을 높이는 것은 민주당답지 않다", 서미화 의원은 "전당대회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드는 것이 선거공영제의 취지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도 19일 SNS에 "현직 국회의원들이야 보수(세비)에 정치자금까지 있으니 그나마 부담이 적겠지만, 원외 특히 청년들은 부담이 클 것"이라며 "당의 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청년들의 어려움과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도 있으니 가능하다면 기탁금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걸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당무 개입이라는 지적에는 "당헌·당규상 대통령도 당원으로서 소속 정당의 당무에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오는 21일 전체회의에서 청년 후보 감면 비율 상향이나 당의 기탁금 일부 보전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다만 선관위는 이번 회의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들이 청년 기탁금 문제를 많이 거론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제 실무진에 전체회의 소집을 지시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말하니까 곧바로 소집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무 개입 논란을 의식한 설명으로 풀이된다.
선관위 내부에선 당헌·당규에 선거공영제를 명시해 향후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 때는 기탁금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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