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아직도 시기상조인가?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시기를 다시 늦추자는 신중론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국방부가 올 가을 한미안보협의(SCM)에서 로드맵을 완성하겠다는 목표가 알려지면서다.
전작권 전환은 이미 두 차례 연기됐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 측과 2012년 전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3년여 늦춘 데 이어 박근혜 정부는 '조건부 방식'으로 바꾸며 아예 무기한 연기했다.
전작권 전환 신중론은 대체로 △연합사 해체 △퍼싱 원칙 △군사주권 등 3대 쟁점에 대한 해석을 근거로 한다. 이들 주장은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매번 거의 같은 내용이 반복되며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 주장의 사실관계를 분석했다.
1. 전작권 전환 시 연합사는 해체되나?박휘락 한선재단 북핵대응연구회장(전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만약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이 환수할 경우 한미연합사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며 "행사할 권한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작권이 전환돼도 연합사는 유지·존속한다는 정부의 설명이 사실 왜곡이거나 현실 오인이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나온 얘기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토론회에서 연합사 해체설에 동의하며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전작권 전환 백지화를 주장했다.
이는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 우선, 한미 양국은 2018년 11월 제50차 SCM에서 '현 연합사 구조'(the current CFC structure)를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미래연합사'(the future CFC) 사령관과 부사령관은 각각 한국군 4성장군과 미군 4성장군을 임명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공동성명 제9항)
미국의소리 방송(VOA)도 지난달 4일 심층보도에서 "전작권 전환의 초점은 연합사 해체 여부가 아닌, 한국군 4성 장성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4성 장성이 부사령관을 맡는 구조에서 어떻게 연합사의 통합성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로 좁혀졌다"며 기존 연합사 틀이 유지된다고 짚었다.
전작권 전환 시 연합사 해체 주장은 노무현 정부가 '환수'를 추진하던 2006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측이 전작권 환수 시점을 2009년으로 제안하자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연합사 해체를 염두에 둔 '독립적 사령부'를 언급했다. 이에 주한미군 철수설 등으로까지 일파만파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따로따로 권한을 행사하는 병렬형 전작권을 목표로 했고, 따라서 '전환'보다는 '환수'가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반면 현재 한미가 진행 중인 방식은 '통합형'으로, 전작권 전환 후에도 연합사(미래연합사)로 지휘를 단일화하는 방식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유지된 병렬형을 통합형으로 바꾼 것은 박근혜 정부다. '2014 국방백서'는 한미가 2014년 10월 제46차 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추진에 합의하면서 현 연합사를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미래사령부(가칭)'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기술했다.
앞서 언급했듯 문재인 정부가 제50차 SCM에서 '현 연합사 구조' 유지 등을 합의한 것은 전임 정부의 방식을 계승한 것이다. 때문에 지지층 내 불만도 적지 않았다. 최초의 전작권 전환 합의(병렬형)와 달리 연합사를 존속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면, 최소한 전임 정부가 까다롭게 설정해놓은 '전작권 조건'이라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전작권 전환에 따른 연합사 해체에 대한 비판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야 하는 게 이치에 맞다.
2. 퍼싱 원칙 : 미군은 타국에 지휘권을 넘기지 않는다?
전작권 전환 시 연합사 해체론의 연장선에서 '퍼싱 원칙'이 거론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원정군 사령관 퍼싱이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의 휘하로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독자적 지휘권을 관철한 것에서 유래한다. 한미 간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미군이 부사령관이 될 경우, 연합사가 존속될 수 없거나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논지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은 지난 28일 일간지 칼럼에서 "미군은 타국에 군 지휘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을 극복해야 한다"며 "법적 효력은 없으나 정서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실제 사실과 큰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미·영·프 연합군은 1918년 지휘 단일화를 위해 프랑스 포슈 원수에게 지휘권을 이양했다. 현 한미 연합군의 작전통제권보다는 약한 수준이지만 어쨌든 미군도 타국군의 지휘를 받은 것이다.
다만 퍼싱 장군은 미군이 실전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영·프 연합군에 쪼개어 편입(amalgamation)시키려는 시도에 반대했고, 이게 퍼싱 원칙으로 불린다. 맥락이 크게 다른 것이다.
이외에도 미군은 1900년 중국 위화단의 반란 진압을 비롯해 초강대국이 된 2차 대전 이후에도 도미니카 공화국 미주평화군(1965년), 소말리아 유엔작전(1993년), 리비아 카다피 제거작전(2011년) 등에서 외국군의 지휘를 허용했다.
정경영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2007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2부 작전시 벨 당시 연합사령관이 김병관 부사령관에게 권한을 위임한 결과, 전년 연습 때 자신이 지휘한 결과보다 더 높게 평가한 사례가 있다며 퍼싱 원칙의 오류를 지적했다.
3. NATO도 전작권이 없고, 전작권은 군사주권이 아니다?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지난해 11월 일간지 칼럼에서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군사주권 회복'으로 홍보하지만, 작전통제권은 본래 주권의 일부가 아니라 전시 임무수행을 위한 위임된 권한"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것을 회수한다고 해서 자주국방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전환은 자주가 아니라 무방비의 자주, 동맹 없는 고립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작권 전환 신중론자들은 같은 맥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도 전작권이 없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나토 최고사령관(SACEUR)은 미군 4성 장군이 맡고 있다. 전작권이 군사주권이라면 32개나 되는 나토의 유럽국가들이 주권 침해를 용인할 리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나토의 군사력 구조는 한미동맹과 다르다. 나토 회원국 군사력은 할당 병력(forces assigned), 지정 병력forces earmarked), 국가 병력(forces national)으로 구분돼있다. 나토 사령관은 할당 병력에만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한미연합사의 전작권도 한국군의 지정부대에 한정된다는 점에선 나토와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2지상작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등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전부대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나토와 한미동맹의 또 다른 근본적 차이는 다자와 양자동맹 간 비교에서 나온다. 나토의 경우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은 차치하고라도 유럽 국가 간 견제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에 캐나다와 함께 유이한 비(非)유럽국가인 미국이 지휘권을 갖는 게 무난할 수밖에 없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문은 지난 5월 펴낸 '한반도평화안보구상'에서 "국내 일각에선 나토 사례를 거론하면서 전시에는 나토 회원국들도 작전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명백한 오류로 나토와 회원국 간의 군사력 구조를 잘못 이해한 것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은 대체로 거짓…다만 美 전략적 유연성은 경계해야
전작권 전환을 반대하거나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이상의 3대 논거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명됐다. 길게는 1987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 후보가 작전통제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건 이후 약 40년에 걸친 해묵은 주장들이다.
때로는 미국의 반발이나 주한미군 철수 우려로, 또는 한국군 역량 부족이나 북한 핵 고도화에 따른 안보상 불안감 등으로 지체되고 후퇴하기도 했다. 하지만 긴 세월에 걸친 변화가 이런 오해나 우려를 스스로 불식시키며 미국 측도 한국군 능력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연합사령관이 2020년 7월 한미동맹재단 연설에서 "미국은 한국군 대장이 연합사를 지휘하게 되는 동맹계획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 확고부동한 의지"가 있음을 천명한 사실이 잘 말해준다.
다만 미국이 전작권 전환 이후 대북방어를 한국에 전담시키는 대신 전략적 유연성을 대폭 강화할 가능성은 면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약속대로 연합사 체제는 유지하겠지만 실제로는 동상이몽으로 행동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완료를 통해 전작권 회복 시기를 결정하는 중대한 과업이 목전에 다가와 있다"면서 특히 육‧해‧공‧해병대‧특전사 등 "그물망처럼 촘촘한" 6개 연합구성군 사령부 상설화를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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