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참교육'이란 말이 어쩌다… 밈이 바꿔놓은 시대정신

모든 건 '일베'로부터 비롯됐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등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들을 대놓고 모욕하던 시기였다. 이후 십수 년 동안 민주주의가 조리돌림당하고, 반세기의 핏빛 현대사가 노리갯감으로 전락한 참담한 시절이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30대 청년들도 하나둘씩 'MH 세대'에 편입되고 있다. 'MH 세대'란 '일베'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된 용어로, 노 전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을 딴 것이다. 당시 노 대통령에 관한 '밈(Meme)'이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을 타고 확산하면서 'MH 세대'는 일부 10~20대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다. 그의 '밈'을 주로 제작하고 소비하는 세대라는 의미다. 그들은 서거 이후에 태어났거나 어린 시절을 보낸 까닭에, 그에 관한 '아픈' 기억이 없다.
그들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범죄라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라는 '절대 반지'에다 정치적 양극화로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을 교묘하게 활용한다. 무엇보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사회적 금기'라는 불문율도 낡은 관습으로 치부한다.
노 대통령의 서거일을 '중력절'로 명명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벌인 그들은 소수일지언정 여전히 목소리는 크다. '사회적 금기'의 벽이 한번 허물어지니,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민주화운동의 역사조차 왜곡과 폄훼로 얼룩지고 있다. 역사적 평가와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조차 가볍게 무시한다.
어릴수록 전두환이라는 이름보다 '전땅크'라는 별칭을 더 익숙해한다. 윤석열을 애칭인 양 '석열이 형'으로 불렀던 아이들이다. 전후 역사를 공부하거나 사회적 맥락을 살피려는 노력은 거의 없다. 무심코 사용하는 그 말들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믿기 힘들겠지만, 최근 '스타벅스 사태'가 일파만파 퍼졌을 때도 그것이 왜 사회적 문제가 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가 적지 않았다. 역사적 사건을 기업 마케팅에 활용한 게 그토록 죽을죄인지 묻는 경우도 있었다. 최소한의 공감 능력조차 거세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정치 풍자와 조롱 사이, '재미'로 소비되는 권력
얼마 전 한 아이가 낄낄대며 쇼츠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언행을 희화화한 내용이었다. 최고 권력자라고 해서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저 심심풀이 땅콩 취급하는 게 적이 불쾌했다. 요즘 아이들은 이 대통령을 '재메이 햄'으로 부른다.
민주주의와 민주화는 그들에게 노리갯감으로 활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용어다. 물론, 죄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못생긴 걸 두고 '민주화한 얼굴'이라 에두르고, 누군가 민주주의를 외친다면 대번 'PC주의자'로 낙인찍는다. 이는 입바른 소리만 해대는 위선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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