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는 뜨겁고 그늘을 못 찾아요"…폭염은 더 잔인했다
ONP 요약
7월 31일 기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며, 부산·경남 양산 등 일부 지역은 40도 이상을 기록,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돼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진보 성향:극한 기후 위기 — 기후변화가 가속화된 폭염으로 취약계층이 위험에 처해,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
보수 성향:건강 위험 경고 —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와 산업·농업 피해가 우려돼, 즉각적인 대비가 요구된다.
"길을 찾으려면 손으로 계속 만져봐야 하는데, 볕에 달궈진 점자나 손잡이는 매우 뜨거워요. 그늘은 찾고 싶어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전남광주 지역에 일주일째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시각장애인들의 야외 보행에 비상이 걸렸다. 뜨겁게 달궈진 시설물에 화상 위험뿐만 아니라, 그늘을 찾지 못해 뙤약볕에 고립되는 일상, 강렬한 빛 반사에 시야가 마비되는 고충까지 이들의 여름은 이중·삼중의 위험으로 가득하다.
손끝이 세상을 읽는 눈인데…달궈진 쇠붙이에 '화들짝'31일 오전 11시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소재 한 건물 앞.
전맹 시각장애인 박형수(38)씨는 건물 입구를 찾기 위해 손을 뻗었다가 뙤약볕에 달궈진 철제 손잡이를 만지고 깜짝 놀라 급히 손을 뗐다.
시각장애인들은 보행 시 손끝이나 지팡이로 주변 구조물을 파악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야외 구조물은 단순한 시설물이 아닌 세상과 소통하는 '지도'인 셈이다.
하지만 체감온도 35℃를 웃도는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며 야외에 노출된 철제 손잡이와 도로변 가드레일 등은 맨손으로 만졌을 때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게 달궈져 있다. 방향을 찾다 낮게 내려온 간판에 부딪혀 순간 화상을 입거나 놀라는 일도 빈번하다.
박씨는 "보행 안내용 손잡이나 구조물 위에 점자가 설치된 경우가 많은데, 날이 너무 덥다 보니 만지려고 하다가도 손을 델까 봐 겁부터 난다"고 토로했다.
"그늘이 어딨지"…양산조차 쓸 수 없는 두 손
비장애인들은 뙤약볕을 피해 그늘을 찾거나 양산을 쓰지만 시각장애인은 이조차 어렵다. 어디에 그늘이 있는지, 근처에 쉴 수 있는 편의시설이나 식수대가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남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김모(59)씨는 "길을 가다가 잠시 해를 피할 그늘을 찾고 싶어도 보이지 않으니 찾을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폭염 속 생존 필수품이 된 양산은 시각장애인에게 '그림의 떡'이다. 한 손으로는 길을 탐색할 지팡이를 강하게 쥐어야 하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소지품을 들거나 동행인의 손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 손이 완전히 묶인 이들은 머리 위로 내리쬐는 땡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걸을 수밖에 없다.
조금 남은 시력도 가려버리는 햇빛…신호등 불빛 삼켜약시(저시력) 시각장애인 기경옥(24)씨의 보행길도 아슬아슬하긴 마찬가지다. 약간의 시력과 기억에 의존해 길을 나서는 기씨에게 여름철 강렬한 햇빛은 치명적이다. 도로와 건물에 반사된 햇빛이 눈을 찌르는 '빛 반사' 현상 탓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기씨는 "여름에는 햇빛이 워낙 세다 보니 눈부심이 심하다"며 "평소에는 얼추 보였을 신호등이 초록불인지 빨간불인지 구별이 전혀 안 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음성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건널목에서 기씨는 차량 소리에만 의존해 목숨을 걸고 길을 건너야 한다.
더위를 피해 들어간 카페조차 편안한 휴식처가 되지 못한다. 최근 들어선 무인 주문 키오스크 대부분이 음성 안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직원의 도움 없이는 시원한 커피 한 잔 주문하지 못하기 일쑤다.
광주시각장애인복지관 김형수 관장은 "시각장애인들은 이동 시 계속 주변 기물을 만져보며 위치를 확인하는데, 한낮 볕에 달궈진 철제 난간은 순간 화상을 입을 만큼 위협적"이라며 "야외 철제 시설물에 가열 방지용 안전 커버를 씌우고, 음성 신호등과 음성 안내 키오스크를 대폭 확충하는 등 폭염 속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배려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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