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프로젝트'의 미래... 이익은 사유화, 위험은 사회화

절망이 켜켜이 쌓이는 여름이다. 역대급 폭염 속 한낮에는 거리를 걷는 것조차 두렵다. 폭염과 산불, 홍수와 가뭄이 세계 곳곳에서 시민의 일상을 무너뜨린다. 정부는 AI-반도체 산업에 '몰빵'하며 코스피 상승이 '먹고사니즘'의 본질인 것처럼 말하지만, 일자리를 못 찾는 청년이나 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는 점점 힘들어지기만 한다. 정부가 AI 산업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몰아가는 동안, AI는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우리 삶과 노동, 민주주의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 민주적 토론과 숙의는 실종됐다. 오늘을 살아내기도 힘든데 내일은 더 불안하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 정신없이 떠다니는 느낌은 나만의 것은 아닐 것 같다.
심화하는 기후위기, 파국으로 치닫는 세계
유엔개발계획(UNDP,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와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하는 유엔 산하 기구)이 발간한 '기후사전'은 기후위기를 '극단적 날씨와 자연재해, 해양산성화 및 해수면 상승, 생물다양성 손실, 식량 및 식수 불안, 건강에 대한 위협, 경제적 혼란, 이주, 심지어 폭력적 분쟁과 같이 지구의 기후가 변화함으로써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심각한 문제들'로 정의한다. 폭염과 홍수를 넘어 먹고사는 일이 점점 힘겨워지는 것,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형해화되는 현실이 기후위기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잘 알려져 있다. 산업혁명 이래 지금까지 유한한 지구 위에서 무한 성장을 추구해온 결과로 지구의 생명을 유지해 온 생태 시스템에 탈이 났기 때문이다.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더 많은 자연을 파헤쳐야만 사회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이 끝내 인간이 살아갈 조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것이 기후위기의 본질이다. 공존·공생의 가치를 버리고 소수에 의한 성장의 무한 질주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기후위기에 맞서 153개국 1만 1000명이 넘는 세계 과학자들이 2019년 '기후 비상 경고'(World Scientists' Warning of Climate Emergency)를 발표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채굴과 생태계에 대한 과잉 착취를 신속히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발로다. GDP 성장과 부의 추구가 아니라 인간의 기초적 필요의 충족과 불평등 감소를 우선하는 경제정책으로의 방향 전환도 제기됐다. 이를 통해 생태계 보존과 인간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들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2015년 세계 198개국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공동의 노력을 약속하는 파리기후협약에 조인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2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 약속은 경제성장과 국가경쟁력이라는 명분 앞에서 번번이 뒤로 밀려났다. 위기가 깊어지면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낭떠러지가 눈앞에 있는데도 옆 차를 추월해야 한다며 질주하는 꼴이다. 날씨가 미쳤다는 소리가 종종 들리는 시절이다. 미친 것은 기후가 아니라 파국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이 세계가 아닐까.
3대 메가 프로젝트, '개발독재'의 다른 이름
이런 질주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다. 작년부터 'AI 3대 강국'을 외치던 대통령은 지난 6월 29일, "새로운 역사," "대도약," "균형 발전," "압도적 성장, 확실한 성과", "초격차 산업 강국," "대체불가 대한민국" 등의 수사를 동원해 반도체·피지컬 AI(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실체를 가진 기기에 탑재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묶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참여 기업들의 계획을 모두 합치면 최대 4700조 원대에 이르는 투자로, 올해 정부 총지출 예산(728조 원)의 6배가 넘는 규모다. 대통령은 이 성과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20년, 30년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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