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죽음을 파헤치는 정신과 의사, 그 이유는?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해방된 기분이에요. 담배에서 해방됐고, 선생님에게서도요. 끝이에요."
파리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릴리안(조디 포스터 분)은 9년 동안 상담해 온 환자 폴라(비르지니 에피라 분)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오랜 시간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고 믿었던 그에게 폴라의 죽음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이다.
그날 이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릴리안은 안과 의사인 전 남편 가브리엘(다니엘 오떼유 분)을 찾아가지만 별다른 신체적인 원인은 발견하지 못한다. 결국 평소라면 신뢰하지 않았을 최면 치료에까지 몸을 맡긴 그는 그곳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폴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된 릴리안은 그렇게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한 환자의 삶과 죽음을 뒤쫓는 사적인 수사에 나선다.
릴리안은 정신과 의사로 오랜 시간 환자들의 말을 들어왔다. 대화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분석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모든 상담 내용은 빠짐없이 녹음했고, 저장된 내용은 환자별로 정리해 왔다. 환자의 무의식과 행동 또한 오랜 시간 그렇게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환자는 그런 그의 방식이 조금도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8년간 받은 상담으로도 끊지 못한 담배를 단 20여 분의 최면 치료 한 번으로 끊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이는 이 짧은 신 하나는 영화 <파리의 사생활>의 진짜 목적을 여는 페이지이자 이후 벌어질 일련의 사건을 투영해 내는 장면이다. '무엇이 타인의 목소리를 정확히 듣는 방식인가?'에 대한 물음이 영화 내부에 감춰져 있다.
02.
오랜 기간 환자였던 폴라의 죽음은 이 질문을 관객 앞으로 끌어다 놓는다. 약을 먹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라 알려오는 딸 발레리(루아나 바야미 분)와 달리 릴리안이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다. 그에게는 폴라가 자살을 선택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상담자로서의 믿음이 있다. 환자가 자신의 판단과 전혀 다른 선택을 한 것이 사실이 될 경우,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상담과 판단은 거짓이 되는 셈이니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지점의 확신이 폴라를 향한 신뢰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 영화의 동력이다. 환자를 위한 의심인 동시에 자신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한 자기방어. 이제 릴리안의 사적인 수사는 폴라의 죽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명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폴라의 장례식을 다녀온 이후 릴리안의 몸에서는 이상한 반응이 하나 시작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계속해서 흐르는 것. 그는 자신이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하고, 단순히 신체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타인으로부터는 억압된 감정을 읽어내고자 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눈물이라는 증거를 확인하고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셈이다. 전 남편 가브리엘은 의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한다. 릴리안의 주장과 달리, 눈물은 신체가 아닌 감정으로부터 발현되는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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