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편견에서 더 넓은 세계로, 설교 대신 영화를 택한 이유

책 <영화로 살펴보는 다양성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유튜브 알고리즘이었다. 어느 날 화면에 불쑥 떠오른 영상은 1980년대 후반 KBS <쇼 비디오 자키>의 인기 코너 '시커먼스'였다. 개그맨들이 흑인 분장을 하고 코믹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보았던 그 프로그램을 수십 년 만에 다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낯설고 불편했다.
그런데 더 오래 마음에 걸린 건 영상 아래 달린 댓글들이었다. 간혹 "지금 시대에는 용납될 수 없는 개그였다"는 글도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의 댓글은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그 장면들을 즐기고 있었다. 그 댓글들을 보며 오래 생각했다. 나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알고 있다는 것과 실제로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친구의 외모를 가볍게 놀리거나, 낯선 억양을 무심코 흉내 내거나, 왠지 불편한 누군가를 말없이 멀리하는 일들. 그 순간들이 쌓여 누군가의 삶을 얼마나 무겁게 짓누르는지, 우리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그 '생각하지 않는 순간'을 붙잡아 보여주고 싶었다. 설교 대신 영화를 택한 것은 그래서였다.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끼게 하고, 한 번도 서 본 적 없는 자리에 잠시나마 서 보게 만들고 싶었다. 영화만큼 그 일을 자연스럽게 해내는 매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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