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협'이라던 저가 중국 AI, 되레 호재…SK하이닉스 ADR 14%↑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이용료가 싼 중국의 개방형 인공지능(AI) 모델이 반도체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오히려 메모리 수요 확대 기대감으로 바뀌면서 미국 증시의 메모리·저장장치주가 일제히 두 자릿수 급등했다. 연산 효율이 높아져도 모델에 담긴 매개변수 수가 늘고, 이를 별도 환경에서 구동하는 이용자가 많아지면 메모리 수요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현지 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샌디스크 주가는 이날 각각 12.2%, 14.4% 급등했다.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도 13.8% 뛰었다.
저장장치업체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테크놀로지는 각각 12.5%, 11.1%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2% 상승해 한 달여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불과 나흘 전인 지난 17일만 해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월2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20.2%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최근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하면 통상 약세장으로 분류한다.
반도체주가 급반등한 배경에는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의 ‘키미 K3’를 둘러싼 시장의 인식 변화가 있다. 문샷AI는 제한된 자금과 기술 여건 속에서도 키미 K3가 일부 성능평가에서 미국의 선두 비공개 AI 모델들과 대등한 성능을 내도록 개발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국 AI 기업들이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다시 제기됐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면 AI 개발·운영을 위한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 투자도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연산량보다 메모리 사용량을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키미 K3는 2조8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고 있으며, 모델이 연산할 때마다 이 가운데 약 500억개가 선택적으로 사용된다.
매개변수(가중치)는 AI가 학습하면서 얻은 수많은 숫자로, AI가 어떤 정보를 얼마나 중요하게 판단할지를 담고 있다. 답을 만들 때 이 숫자를 모두 동시에 쓰지는 않더라도 전체를 저장해 둬야 하며, 필요한 숫자를 빠르게 꺼내 계산하려면 대용량 메모리도 필요하다.
가중치 공개형 모델은 제공업체의 서버를 통해서만 이용하는 폐쇄형 모델과 다르다. 기업이나 개발자가 모델을 내려받아 자체 장비나 클라우드에 배포할 때마다 별도의 구동용 메모리가 필요하다. 다만 문샷AI가 키미 K3의 전체 가중치를 오는 27일까지 공개할 예정이어서 이 같은 메모리 수요는 본격적인 배포 이후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리아는 중국 AI 기업의 낮은 이용료가 반드시 하드웨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은 아니며, 시장 확대를 위해 가격을 낮게 책정한 사업 전략의 성격이 크다고 진단했다. 효율적인 설계로 연산량을 줄이더라도 모델의 규모와 구동 때 사용하는 매개변수 수가 늘면 종전 모델과 같거나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기업이 이처럼 낮은 이용료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전력·인건비·토지 등 상대적으로 낮은 인프라 구축·운영 비용이 있다고 봤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알리바바·바이두 등 현지 클라우드업체의 풍부한 잉여현금흐름도 저가 정책을 뒷받침하는 재정적 기반으로 꼽았다.
래퍼텡글러인베스트먼츠의 낸시 텡글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딥시크발 반도체주 급락이 저가 매수 기회가 됐듯이 이번 조정도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잭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베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반도체주 밸류에이션이 주당순이익 증가 가능성을 반영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평가했다.
아리아는 중국 D램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의 생산 확대도 당장은 마이크론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달리 CXMT는 현재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주력 제품이 아니며, 미국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이유다.
가벨리펀드의 헨디 수산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메모리업체 주가가 최근 수개월간 크게 올랐지만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수요가 2027년까지 공급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메모리 가격 강세와 호실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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