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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분하지만, 대구를 버리지만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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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분하지만, 대구를 버리지만 말아주십시오

패배한 선거를 복기한다는 건 괴로운 일입니다. 두 달간 유격훈련 갔다 온 기분입니다. 모두 60명이 기획실에서 일했습니다. 조직실은 더 많았을 겁니다. 다들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보가 어떤 날은 점심도 굶고 유세를 했습니다. 먹는 걸 좋아합니다. 징역 살 때, 단식투쟁이 제일 싫었다고 합니다. 범어시장 '2호집'에 가면 돼지국밥을 퍽퍽 소리 내며 흡입합니다. 그런 사람을 밥도 굶기며 돌렸으니, 일정팀도 참 모진 이들입니다.

1. 출마 결심

총리직을 마치고 사실상 정계 은퇴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지리멸렬합니다. 대구의 여야 정당 지지율이 비등비등해졌습니다. 어쩌면 이길 수도 있는 것 아냐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입니다. 민주당에서는 밀었고 대구에서는 당겼습니다. 누가 당겼을까요? 대구 민주당 사람들은 물론입니다. 그건 당연한 거고, 대구 여기저기가 그랬습니다. 심지어 보수 주류에 속한다는 이들조차도 기대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대구가 완전히 고립되어 있습니다. 지역 경제가 시난고난 상태입니다. 그걸 대구 시민이 제일 잘 압니다. 보수 정권에게 대구는 잡아 놓은 물고기입니다. 민주당 정권에겐 갈아봤자 소출이 별로 안 나오는 묵정밭입니다. 무엇 하나 되는 게 없습니다. 지역주의가 지역 저발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송아무개 의원이 '우유부단해서 결국 못 나갈 것, 사모도 결사반대'라고 할 때, '맞아, 진짜 난 용기가 없어'라고 꽁무니를 빼기엔 밀거나 당기는 양쪽 모두 너무 진지하거나 절박했습니다.

2. 선거 전략

모든 선거운동엔 전략이 있습니다. 대구 전략은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김부겸은 3번의 총선과 1번의 시장 선거에서 어떤 경우에도 40%를 얻었다. 거기다 10%를 더해야 이긴다. 이번에 그 10%는 실리 투표로 얻는다.'

실리 투표가 핵심입니다. '시장으로 누굴 찍어야 나에게 이득일까'를 유권자에게 묻는 겁니다. 사실 늘 해오던 이야기입니다. 2011년 겨울, 처음 대구에 내려가 넉 달간 시장조사를 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지역주의의 진짜 폐해가 무엇인지. 민주당 표가 안 나온다는 게 폐해가 아닙니다. 그건 공급자 관점입니다.

수요자 관점에 서야 보입니다. 그건 '정치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대구 지역구에는 몇 가지 해묵은 집단 민원이 있습니다. 주민 조직에서 지역구 의원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국회의원이 나랏일을 봐야지, 내가 왜 지역구 민원을 들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대구는 그런 데입니다. 심지어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는데도, 상대편 유세차가 안 나왔습니다. 알아보니, 유세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정치인들이 일을 안 합니다. 날로 먹습니다. 거의 봉건 영주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메기론'과 '충청론'입니다. 논에 미꾸라지들이 삽니다. 농부는 거기다 메기 한두 마리 풀어놓습니다. 안 잡아먹히려고 미꾸라지들이 열심히 도망 다닙니다. 운동을 하니 살이 통통 찝니다. 김부겸 메기 한 마리 풀어놓으면 맛있는 추어탕이라는 이득이 생긴다는 비유입니다.

충청도는 예로부터 3당 통합으로 여당도 해보고, 안 되면 자민련도 해보고,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던진 노무현을 당선시키는 등 투표권을 아주 잘 활용합니다. 지금 천안이나, 세종, 대전 가보면 상전벽해입니다. 대구도 충청도처럼 이 당 줬다가, 저 당 줬다가 해야 어느 쪽이 집권해도 대접받는다는 논리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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