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예쁜 여름 채소, 선배와 나눴더니 돌아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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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루뜰에 가야지."
일요일(지난 21일) 오전 6시께 잠이 깼다. 지난 토요일 종묘와 창덕궁, 창경궁을 빗속에 둘러본다고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다. 눈이 쉬이 떠지지 않았다.
단잠에 빠져 있는 남편에게 내 말이 닿을까 의심하며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남편 눈이 번쩍 뜨였다. 고단한지 좀 뒤척이더니 벌떡 일어났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씻고 후다닥 채비를 했다. 채소들이 잘 있는지 살펴보고, 주인 발소리, 목소리도 들려주며 평일에 먹을 채소도 따서 집으로 가져와야 한다.
꽃같이 예쁜 채소들
느루뜰 입구에 분홍색 꽃이 활짝 피었다. 비 온 뒤라 진입로는 온통 풀밭이 되었다. 바람이 심했던 모양인지 제초 매트가 여기저기 뒤집어져 있다. 밭고랑에는 잡초들이 신이 났다. 할 일이 가득해 보인다. 남편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작업복을 갈아입고 제초 매트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나설 때는 잠깐 들려서 채소만 따오자고 했건만, 눈앞에 펼쳐진 일거리에 올 때 마음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졌다.
나는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포트에 물을 끓여 커피를 내렸다. 비 내린 뒤 한층 상큼해진 초록 풍경을 한껏 눈에 담았다. 시작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일복으로 갈아입은 뒤 오디오북을 켜고 채소 바구니를 챙겼다.
오이, 미인고추, 가지, 방울토마토를 차례로 따 담았다. 초록, 보라, 빨강이 조화롭게 예쁘다. 갓 딴 채소들은 하나같이 수분이 많아 피부가 탱글하다. 짙은 보랏빛이 감도는 가지는 늘씬하고 탄력 있다. 미인고추는 큼직하고 탄탄하다. 방울토마토는 한 알 따서 입 안에 넣으니 향이 진하고 짭조름한 신맛이 상큼하다. 채소가 꽃같이 예쁘다.
다음은 당근 캐기. 나는 일을 시작하며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순서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당근도 수확기에 접어 들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두 수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평일 아침 저녁으로, 입이 심심할 때 간식으로 먹을 만큼만 캐기로 했다.
비온 뒤라 흙이 부드러워 당근이 잘 뽑혔다. 먹기 좋을 만큼 굵어졌다. 수돗가로 가져와 흙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반들반들 주황색 얼굴이 매끈하게 드러났다. 칼로 썰어 한 입 먹어 보았다. 달큼하고 아삭했다. 건강한 기운이 입안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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