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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캐스팅이 단 돈 10만원? 홍상수니까 가능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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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캐스팅이 단 돈 10만원? 홍상수니까 가능한 영화

영화제는 말 그대로 영화의 축제다. 흔히 영화팬들이 창작자의 신작을 만나는 축제란 뜻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그저 그뿐 만은 아니다. 현업에 바쁜 감독과 스태프 등 창작자, 또 제작자며 상영 관계자, 평자와 기자들이 한 자리서 교류하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되고, 무엇보다 마켓을 통해 제 작품을 배급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기도 한다. 영화제가 아니라면 결코 만날 리 없었던 만남이 있고, 때로는 그 만남이 귀한 무엇을 빚고는 한다.

어떤 영화제는 이 같은 기회를 그저 흘려보내길 원치 않는다. 영화제가 중심이 되어 만남을 더 나은 무엇으로 빚으려 한다. 때로는 영화제의 가장 귀한 무기, 즉 영화를 통해서 이 같은 시도가 이뤄진다. 홍상수 감독의 필모그래피 가운데서도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첩첩산중>도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말하자면 영화제가 만드는 영화가 있다. 앞서 소개한 베니스영화제의 특별 프로젝트 결과물인 <50:50>에서 그러하듯, <첩첩산중>도 영화제의 요청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번엔 한국, 전주국제영화제다. 2000년부터 '우리에게 비전을 주는, 미래 영화의 예고편'을 만들어 보여주겠다는 결의 아래 진행해온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로, 세 편의 단편을 일종의 옴니버스 영화로 묶어낸다. 당시로선 혁신이던 디지털 기술을 도구로 영화미학의 지평을 넓히려 한 창작자 3명이 매년 전주국제영화제의 선택에 화답한다. 2009년엔 홍상수가 그중 하나가 됐다. 2000년 문을 연 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오! 수정>의 감독이기도 했던 홍상수의 귀환이란 점에서도 주목 받았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제작한 홍상수 영화

<어떤방문 : 디지털삼인삼색2009>이란 이름으로 완성된 장편에서 홍상수가 감독한 단편 '첩첩산중'이 들었다. 다른 두 편은 라브 디아즈의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와 가와세 나오미의 '코마'다. 세 편 모두 낙후된 지역에 누군가가 찾아오며 시작되는 이야기란 공통점을 가졌는데, 이중 홍상수의 영화는 영화제가 둥지를 틀고 있는 도시 전주를 배경으로 삼았다. 멀리 서울에서 전주를 찾은 미숙(정유미 분)이 오랜 지인들과 만나며 벌어지는 이틀 간의 이야기다. 세 편이 묶여 상영될 당시에도 유달리 홍상수 감독 작품의 인기가 높았단 건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 해 다른 두 편의 작품이 영화제가 내준 숙제를 근근이 풀어낸 졸작이었음을 고려하면 홍상수의 작업이 얼마만큼 다행한 일이었는지. 오로지 '첩첩산중'이 있어 2009년의 전주가 체면치레 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무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가 지난달부터 이어오고 있는 홍상수 전작전에서 <첩첩산중>이 상영됐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따로 볼 자리를 얻기 어려운 작품인 만큼,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제 더는 스크린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배우 이선균의 출연작이란 점에서도 그랬겠지만 말이다.

<첩첩산중>은 홍상수 필모그래피 전체에 걸쳐 <리스트> <50:50> 등과 함께 몇 되지 않는 단편, 그중에서도 첫 번째 단편영화다. 동시에 홍상수의 영화세계를 절묘하게 드러내는, 또 그의 영화 가운데서도 드물게 재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이듬해 이 영화의 세계관을 확장한 <옥희의 영화>로 제6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폐막작으로 초청됐다. 오리종티는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처럼 독자적 경향을 가진 작품을 모아 상영하는 섹션이다.

불유쾌한 유쾌함, 홍상수적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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