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허가 규제 푸는데…제약사는 '혁신 병목현상'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바이오시밀러 등 의료제품 허가 기간을 240일로 단축하는 혁신에 나서면서 제약바이오 RA(인허가, Regulatory Affairs) 역할의 중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 허가 제도가 제대로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RA 역량이 전제가 돼야 한다.
RA 담당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규제당국인 식약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의 승인을 받고,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도 규제를 준수하도록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신약이나 제네릭의 임상시험계획(IND) 및 품목허가 신청서류를 작성하고 규제당국에 제출하는 ▲인허가 신청 및 관리 업무와 개발 단계부터 어떤 규제 경로(신속심사, 우선심사 등)를 택할지, 어느 국가에 먼저 신청할지 전략을 설계하는 ▲규제 전략 수립 업무 ▲규제기관과 협의·소통하는 업무, R&D(연구개발), 품질보증(QA), 임상팀에서 만든 자료가 규제 요건에 맞는지 ▲검토·조율하는 업무 등을 맡는 전문가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5월 ‘의료제품 허가·심사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신약 허가 소요 기간을 기존 420일에서 240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미국 FDA(300일), 유럽 EMA(365일), 일본(365일)보다 빠른 속도다.
식약처는 이를 위해 195명의 허가·심사 인력을 새로 채용해 안전성·유효성·품질·GMP 등 분야별 전담팀에 배치하고, 기존 순차 심사를 동시·병렬 심사로 전환키로 했다. 보완 요청에 걸리던 시간도 87일에서 25일 수준으로 줄이는 '수시검토 체계'를 도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 기간이 200일 가까이 줄어든다는 것은 식약처 질의와 보완 요구도 꼼꼼하고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뜻“이라며 ”기업 RA 담당자가 규제 당국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대응해야 그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RA 전문가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2023년 바이오헬스 산업 인력구조 현황 및 수급 불일치 주요 특징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제약산업 RA 직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그쳤다. 연구개발(22.1%), 제조(37.0%), 유통(20.9%)에 비해 현저히 작은 규모다.
반면 RA 인력 부족률은 15.7%로, 전체 평균(14.1%)을 웃돌았다. 기술이전(35.3%), 임상개발(19.1%)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상시로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RA 직무는 학사 56.9%, 석사 28.4%, 박사 12.7%로, R&D(석사 42.2%) 다음으로 고학력 비중이 높다. 관련 전공자 비율도 75.0%로, R&D(91.6%)·임상개발(89.1%) 다음이다. 식약처 규정과 의약품 전주기 지식을 함께 갖춰야 하는 만큼 전문성이 높은 직군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대형 제약사 RA 부서 인원은 임상·CMC(제조품질관리)·대외RA 등 인력이 10~20명에 달하지만, 규모가 작은 바이오텍이나 중소·중견제약사의 경우 1~2명의 전담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이 부족하니 한 사람이 RA 업무까지 담당하며 겸임하는 경우도 많다”며 “또 비용을 많이 들여 전문 인력을 여러 명 두려면 임상을 많이 해야 하는데 바이오텍이나 중소기업이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협회, 대학도 이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식약처는 한국규제과학센터를 통해 '의약품 규제업무전문가 양성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앙대·동국대·성균관대 등은 규제과학 특성화대학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교육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RA는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진흥원 조사에서도 RA 직무의 신입직 채용 비중은 33.9%에 그쳤고, 경력직이 66.1%를 차지했다.
이에 기업 간 RA 담당자 스카우트 경쟁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RA 업무는 사실 교육만으로는 쉽지 않고,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아야 해 직무특성상 경력직을 많이 뽑는다”며 “그래서 뺏고, 뺏기는 그런 상황이 펼쳐지는데, 이것을 정부나 협회가 개입하기도 쉽지 않아 해결도 어려운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보니 실전에 가까운 작업을 중심으로 하는 실무 프로젝트 교육이 더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며 “기본 교육과 더불어 타이트한 실무 교육 코스 등을 통해 경험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jhee@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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