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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장편으로 완성된 '완벽한 도미요리'

오마이뉴스
20년 만에 장편으로 완성된 '완벽한
도미요리'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객들은 <호프>를 SF와 스릴러, 미스터리의 경계에 놓인 영화로 바라본다. 하지만 <호프>를 그 어떤 장르보다 먼저 블랙 코미디라는 이름으로 읽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홍진 감독의 첫 번째 걸작이라 할 수 있는 2005년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완벽한 도미요리>는 완벽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끝없이 희생하는 한 요리사의 광적인 집착을 그린 9분짜리 단편이다. 이 작품은 손가락을 자르고, 몸을 망가뜨리는 잔혹한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이상할 만큼 웃기다. 비극을 희극처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비극과 희극이 같은 프레임 안에서 충돌하는 순간 발생하는 아이러니를 영화의 본질로 삼는다. 훗날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이어질 나홍진 특유의 연출 감각은 이미 이 짧은 영화 안에서 완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호프>는 그 감각을 가장 거대한 규모로 확장한 작품처럼 보인다. 그의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포보다 먼저 존재하는 것은 언제나 기묘한 웃음이다. <곡성>에서도 굿판과 살인의 공포 사이를 오가며 불쑥 터져 나오는 어이없는 웃음이 있었고, <황해>와 <추격자>에서도 극한 상황 속 인간들의 허망하고 우스운 행동은 긴장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장치였다. <호프>는 이 성향을 더 이상 숨기지 않는다. 아예 영화 전체를 블랙 코미디의 리듬으로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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