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사라져 굶는 귀신고래…美 해안서 폐사체 146마리 나왔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기후변화로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북태평양 귀신고래가 대규모 폐사 위기에 놓였다.
영국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주변 해빙이 줄면서 귀신고래가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굶주림에 따른 폐사가 급증하고 있다고 환경단체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환경단체들은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귀신고래를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ESA)상 보호 대상으로 다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귀신고래 개체 수는 2019년 약 2만 마리에서 올해 1만3000마리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단체들은 선박 충돌, 석유 유출, 미세플라스틱 오염, 조류 대발생, 러시아 쪽 포획 등도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래스카 해양생태학자이자 공공책임환경단체(PEER) 이사회 의장인 릭 스타이너는 “귀신고래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해안에 밀려온 고래 사체 수가 예년 평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설명했다. 고래가 해안으로 떠밀려오는 현상은 ‘좌초(stranding)’로 불린다.
귀신고래는 매년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인근에서 알래스카 해역까지 이동해 먹이를 찾는다. 1970년대 한때 멸종 위기에 몰렸지만, 이후 보호 조치로 개체 수가 회복됐다. 미국은 1994년 귀신고래를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폐사 사례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23년까지 해안에서 확인된 귀신고래 폐사체는 연평균 43마리였지만, 지난해에는 179마리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146마리의 사체가 직접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실제 폐사 규모가 해안에서 확인된 숫자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본다. 해상에서 죽어 가라앉은 고래는 대부분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들은 귀신고래의 경우 해안에서 확인된 사체 1마리당 바다에서 관측되지 않은 폐사 개체가 7~25마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스타이너는 해안에 밀려온 귀신고래들이 심하게 야윈 상태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알래스카 주변 해빙이 급격히 줄면서 귀신고래가 해저 갑각류 등 주요 먹잇감을 구하기 어려워진 점을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다.
NOAA 소속 해양생물학자 데이비드 웰러도 기관 자료에서 귀신고래가 과거에는 회복력이 강했지만, 지금은 환경 변화가 너무 빨라 예전처럼 빠르게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폐사 원인은 먹이 부족만은 아니다. 일부 사체에서는 선박이나 프로펠러에 부딪힌 흔적도 확인됐다. 러시아 쪽 원주민 포획도 개체 수 감소 요인으로 거론된다. 환경단체들은 러시아 쪽 포획이 생계 목적이라고 설명돼 왔지만, 실제로는 고래 고기가 소 사료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알래스카 주변 해역의 석유 시추 확대를 추진하는 점도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석유 개발이 유출 위험과 선박 운항 증가를 부르고, 이로 인해 귀신고래의 서식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멸종위기종 재지정이 이 같은 위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보호 대상으로 재지정되면 서식지 관리, 선박 운항 제한, 개발 사업 심사 등이 강화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다만 청원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가디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야생동물 보호 규제 축소를 추진하고 있어 귀신고래 재지정 승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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