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 나이에 뭘 그렇게 애쓰냐는 말을 들었다
새벽 세 시 반, 나는 아직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요즘 나는 지나온 삶을 기록하는 회고록을 쓰고 있다. 교실에서 만났던 수많은 학생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보낸 시간, 중앙아시아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
흘러가는 기억을 그냥 두고 싶지 않아 한 줄씩 옮기고 있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문장 하나가 마음에 걸리면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날 밤도 그랬다. 고쳤다. 다시 읽었다. 조금 바꾸었다. 또 읽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문장 앞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다시 일어나 약을 먹고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 날은 친구들과 둘레길을 걷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어젯밤 그 문장이었다.
'조금만 더 고쳐보자.'
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다. 서둘러 배낭을 챙기고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몇 걸음 걷고 나서야 깨달았다. 물도, 간식도 배낭 안에 없었다.
"아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마음은 급해지고 발걸음도 빨라졌다. 지하철역까지 거의 뛰다시피 갔다. 친구들과 걷는 동안에는 잠시 원고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도 빗속 둘레길의 풍경보다 내 머릿속을 더 가득 채운 것은 원고 생각이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회고록 원고를 읽으며 고치고 또 고쳤다. 그러다가 6호선에서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다. 급히 내려 반대 방향 전철을 탔다. 허둥지둥 4호선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내릴 역을 지나쳤다. 하루에 두 번이나 정거장을 지나친 것은 처음이었다. 혼자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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