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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거야?" 질문만 무성한 <호프>, 그 허탈함의 실체

오마이뉴스
"왜 그런 거야?" 질문만 무성한 <호프>, 그 허탈함의 실체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호프>가 개봉 닷새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모으며 올해 최단 기록을 세웠다. 제헌절 연휴와 맞물린 흥행 곡선만 보면 완벽한 복귀처럼 보인다. 그러나 <호프>가 관객에게 던진 것은 감탄이 아니라 "내가 방금 무엇을 본 것인가"라는 당혹감에 가깝다.

그 당혹감을 다의적 해석의 여지로 포장하기 전에, 이 영화가 정말로 서사적 완성도를 갖췄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전작을 움직였던 힘, '왜'가 사라졌다

나홍진의 전작들을 다시 떠올려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인물들이 극한까지 내몰리는 이유가 언제나 선명했다는 것이다.

<추격자>의 전직 형사는 자신이 팔아넘긴 여성이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죄책감과 마지막 책임감 때문에 밤새 도심을 뛰어다닌다. <황해>의 택시기사는 빚에 짓눌려 청부살인을 떠맡고,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아내를 찾겠다는 절박함이 폭력의 동력이 된다. <곡성>의 순경은 딸이 원인 모를 병에 걸리자 미신과 이성 사이에서 무너지며 딸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시도한다. 이 세 작품 모두 "왜 이 인물은 이렇게까지 하는가"에 대한 답이 관객의 몸을 영화에 묶어두는 힘이었다.

<호프>에는 그 '왜'가 보이지 않는다.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고 마을이 아수라장이 되는 동안, 정작 인물들이 왜 그토록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는지에 대한 감정적 근거는 희미하다. 사건은 발생하지만 그 사건에 대한 인물의 내적 필연성이 뒤따르지 않는다. 액션은 인물의 절박함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연출자의 설계도에서 태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가장 아쉬운 지점은 결말부다. 외계 존재를 둘러싼 사연이 충분히 쌓이기도 전에 이야기는 서둘러 봉합된다. 왜 이 생명체가 지구에 왔는지, 왜 인간과 얽히게 됐는지, 그 관계가 왜 비극으로 끝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생략된 채 정서적 여운만 남기려 한다. 동기가 빠진 자리를 이미지와 음악으로 메우려는 시도는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의 진폭을 따라가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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