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성시경이 알려준 내가 살이 찐 이유

오전 9시 30분. 정수기 버튼을 누르며 정 선수의 하루가 시작된다. 500ml 물병에 물이 차는 동안 손목에는 스마트워치를 채운다. 이어폰과 운동화를 챙겨 현관문을 나선다.
10시. 줌바 댄스 수업이 시작된다. 딴생각이 들지 않는 데는 줌바만 한 운동이 없다는 옆집 아줌마의 영업에 넘어가, 몸치 박치가 눈치를 보며 흔든 지 3년째다. 맨 뒷줄에서 두둠칫하던 사람이 어느새 맨 앞줄에서 신나게 흔든다.
11시. 줌바 수업이 끝나면 헬스장으로 이동한다. 줌바는 오프닝 무대였을 뿐, 진짜 훈련은 지금부터다. 이어폰을 귀에 밀어 넣고 계단을 타며 천국을 향한다. 강도 5. 팟캐스트 한 편이면 딱 50분이다. 천국은커녕 지옥문 앞까지 갔다가 간신히 살아 돌아와 어기적거리며 헬스장을 나오는데, 샤워를 마친 줌바 회원과 마주쳤다.
"정 선수, 이러다 뼈말라 되겠어."
"어떻게 알았지? 나 원래 48킬로그램이 목표였거든."
요즘 운동센터에서 나는 '정 선수'로 통한다. 나도 안다. 48킬로그램은 꿈이라는 걸. 그것도 실현 가능성이 마이너스에 가까운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걸.
하루 3시간 운동하는 정 선수
48킬로그램은 이십 대 중반 나의 리즈 시절 몸무게다. 결혼하면서 앞자리가 바뀌었지만, 그래도 두 아이를 임신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30년 동안 52킬로그램을 지켜왔다. 명절에 과식해 체중이 늘어도 '옳지 않아' 하며 체중계를 째려보면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창 달리던 방송작가 시절에는 이틀만 밤을 새워도 체중이 3~4킬로그램씩 빠져 잠시나마 리즈 시절을 갱신하기도 했다. 30년 동안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고,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나에게 은근한 자신감이었다.
그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어느 날이었어요'로 시작하는 동화처럼 별다른 사건도 없었는데, 어느 날부터 체중계의 숫자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부동의 52에서 53이 되더니 4를 건너뛰고 55로 직행했다. 하루, 이틀을 굶어봤다. 내려가야 할 숫자가 오히려 56이 되고 57이 되었다.
30년 동안 고정값이었던 체중계의 숫자가 변동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고점을 찍었다. 하루하루 널뛰는 숫자가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이미 멀리 떠난 숫자는 돌아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5월부터는 '체중 탈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왕 결심한 김에 목표를 원래 몸무게가 아닌 리즈 시절의 숫자인 48킬로그램으로 정했다. 그날부터 즐겁게 줌바만 추던 나는 '정 선수'가 됐다.
줌바가 끝나면 러닝머신에서 1시간을 더 걷고 달렸다. '근육이 있어야 체지방이 탄다'는 말에 웨이트 운동 30분을 추가했고, 밤에는 베란다에서 햄스터처럼 실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닭가슴살을 먹고 달걀을 한 판씩 삶았다. 그런데 체중계가 보여준 변화는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였다.
정 선수는 하루에 3시간 가까이 운동했다. 팔뚝과 허벅지가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체중도 함께 단단히 굳어지는 것 같았다. 살은 안 빠지고 체력만 국가대표급이 되어갔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에 난생처음 폭풍 공감의 하트를 누르고 싶었다. 급기야 내돈내산으로 다이어트용 건강기능식품까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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