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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계획보다 속도가 먼저"…3시간 넘긴 부동산 대토론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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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종성 홍찬선 정유선 기자 =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인허가부터 착공, 준공·입주까지 이어지는 공급 체계를 복원하고 정비사업과 민간임대, 비아파트 등 다양한 공급 경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로운 공급계획을 추가로 내놓기보다 이미 계획된 물량의 사업 속도를 높이고 단계별 병목을 해소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시민들이 모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당초 10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예정보다 90분가량 늘어나 약 190분 동안 이어졌다. 종료 예정 시간을 4분가량 남겨두고 사회자가 남은 시간을 알리자 이재명 대통령은 "제가 예측하기로는 최하 1시간은 늘어질 것"이라며 "조급해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며 참석자들의 의견을 계속 들었다.

◆인허가→입주 '공급 파이프라인' 복원 필요해

전문가들은 인허가부터 착공, 준공·입주까지 이어지는 주택 공급의 연결고리를 복원하는 것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시적인 주택 공급 감소가 아니라 주택 공급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허가가 착공으로, 착공이 준공과 입주로 이어지도록 주택 공급 파이프라인을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수도권 인허가·착공 물량은 장기 평균보다 37%, 서울은 51% 감소했다. 수도권 주택 인허가 가운데 비아파트 비중도 2022년 28%에서 2024~2025년 7% 수준까지 줄었다.

진 교수는 "토지 확보와 인허가를 한 다음에도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환경을 개선해 착공 가능한 물량을 우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완화나 지원이 가격과 기대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전면적인 지원보다는 선별적으로 차등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재건축·재개발이 장기적인 주택 공급 경로인 만큼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하지만 용적률 규제 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진 교수는 "공사비와 금융 부담, 분담금, 조합 갈등 등 사업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며 "용적률과 같은 규제 완화가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했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공공임대와 개인 다주택자 사이의 공백을 메울 전문 임대 주체를 육성하되 지원에 상응하는 공공성과 임차인 보호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공부문 역시 민간 공급이 위축될 때 공급 공백을 보완하고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을 돕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중첩된 규제지역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력은 유지하면서 국민 부담과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완화 VS 총량관리…정비사업 활성화 의견 엇갈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서울 도심의 주요 공급 경로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가 토론회에 앞서 진행한 국민 의견수렴에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의 용적률을 높이고 공공기여 의무를 합리화해 사업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여 공급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비사업의 장기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 강남권 정비사업의 경우 관리처분인가부터 입주·준공까지 8~10년이 걸린다"며 "공사비 상승과 이주비 대출 등이 사업 진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비강남권에서도 추가 이주비 대출이 어려워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달리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강남 등 고가주택 공급에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재건축 물량을 총량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서울에서 연간 재건축 물량을 일정 규모로 제한하고, 공공분양 비율이 높거나 분양가를 낮추는 사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규제를 완화하면 강남의 고가 아파트만 계속 공급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규제지역 제도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만큼 대한민국 전역에 시행하는 방안이 오히려 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지역은 규제하고 다른 지역은 규제하지 않는 방식은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며 "규제지역을 아예 없애고, 모든 대한민국의 땅에서 투기 할 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100% 진리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발상이 새롭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간임대·비아파트 새로운 공급축으로

아파트 분양 중심의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장기임대주택과 비아파트를 별도의 공급 축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종완 한국자산연구원장은 단기적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과 함께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 원장은 "재개발과 비아파트, 빌라나 오피스텔 위주로 공급을 늘리는 게 단기 공급에는 성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 장기임대주택을 독립적인 공급 경로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채상욱 커넥티드코리아 대표는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에서 민간임대 공급 계획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채 대표는 "정부 출범 이후 나온 부동산 대책에는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민간분양은 있지만 민간임대를 몇 가구, 어떤 유형으로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민간 장기임대주택을 건설·운영하는 사업자를 집단으로 육성하고 분양사업과 다른 별도의 공급자 금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채 대표는 공급과 금융·세제 정책을 연계하기 위한 상시 협의체 구성도 주문했다.

그는 "주택은 공급부터 금융, 세제가 모두 연결돼 있다"며 "금융시장에 F4라는 기관들의 정례적인 모임이 있는 것처럼 주택에서도 'H3'와 같은 모임을 통해 대책을 지속적으로 후속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사업기간 '절반' 검토

새로운 공급계획을 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미 발표된 사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고종완 한국자산연구원장은 기존 공급계획의 사업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례적인 정책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 원장은 "태릉CC와 용산정비창, 과천경마장 등을 보면 결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책 조율 문제가 있다"며 "정례적인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특히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매월 한 번씩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기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재개발과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PF 사업장도 우량·비우량 사업장을 구분해 선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사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건설자재 비축제도와 해외 기능인력 활용 확대도 주문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3기 신도시를 포함해 기존에 발표된 지역의 착공이 지연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내부적으로 60여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를 절반 이하로 줄이려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필요하면 규정을 바꾸든지 순차적으로 하는 절차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줄여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재개발 이주 강요 안돼"…공급 확대에 쏟아진 시민 목소리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일반 참석자들은 대출 규제와 재개발 원주민 이주 문제, 지방 청년 격차 등에 대한 현장의 절박한 호소와 제도 개선 요구를 쏟아냈다.

자신을 서울 은평구의 50년 된 주택에서 35년째 살고 있다고 소개한 김종규씨는 재개발 지역 강제 이주 문제를 지적했다.

김씨는 "재개발 이후 원주민 재정착률이 27%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10명 중 7명 이상이 재개발이 끝나면 동네를 떠나는 것"이라며 "저처럼 인생의 대부분을 한 공간에서 보낸 사람들이 그 집을 잃는다는 것은 마치 가족을 잃는 것 같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 반대로 무산된 재개발 사업은 일정 기간 동안 재신청을 제한하고, 주민 의견 수렴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씨는 "모두가 공급을 확대하고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그걸로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면 기쁘겠지만 그것이 원치 않는 이주를 강요받는 주민들의 희생 위에서 이뤄지고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면 이 부분은 다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재건축의 경우에는 가구 수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크게 늘어나는 것 같지 않고, 재개발의 경우는 총입주 가구 수가 줄어드는 게 통상인 것 같다"며 "기존에 있는 주민 상당수가 떠나야 해 총가구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주택 공급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쟁이 있는 것 같다"며 관련 의견을 충분히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청년들이 거주하는 지역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방의 주거 여건과 생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방국립대생 3학년 이지유씨는 "서울에 부모 집이 있는 청년과 지방에서 올라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출발선부터 다르다"며 "고소득자들이 서울 부동산을 소유해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는 동안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불로소득을 억제하고 여기서 확보된 재원을 지방 인프라와 주거복지로 선순환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지방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과 함께 지방국립대에 대한 집중 투자를 건의했다.

제주에서 온 한 공인중개사는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시장 여건이 다른 만큼 지역별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대료를 일시적으로 낮춰준 임대인이 다음 갱신 시 법정 상한인 5%에 발목을 잡히는 제도를 지적하며 "착한 임대인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전문가와 업계, 시민들의 의견을 검토해 향후 주택 공급 대책 등 부동산 정책 수립 과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bsg05107@newsis.com, mania@newsis.com, rami@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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